심리학계의 세계적인 슈퍼스타, 마틴 셀리그만이 했던 유명한 실험이 있다. 실험은 독일 셰퍼드 종의 개들을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1) 첫번째 그룹은 셰퍼드들을 전기충격을 주는 곳에 가두되 충격을 멈출 수 있는 레버를 설치해 놓았고,
2) 두번째 그룹은 첫번째 그룹과 똑같은 모양이지만 작동하지 않는 레버를 설치해 놓았다.
3) 세번째 그룹은 전기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곳에 가두었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첫번째 그룹의 셰퍼드들은 레버를 당겨서 전기 충격을 멈춘 반면 두번째 그룹의 셰퍼드들은 레버를 당기는 것과 상관없이 전기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주목할 것은 이 실험 뒤에 진행한 다음 실험이다. 세 그룹의 셰퍼드들을 한 마리씩 커다란 상자에 넣었다. 상자는 중간에 낮은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칸막이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곳과 아닌 곳으로 나누어 설계했다. 그리고 상자의 한 쪽에 전기 충격을 가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스스로 전기 충격을 멈추었거나 (첫번째 그룹) 전기충격을 받은 적 없었던 (세번째 그룹) 셰퍼드들은 전기가 가해지자마자 칸막이를 뛰어 넘어 안전지대로 몸을 피한 반면 두번째 그룹의 셰퍼드들은 몸을 피하지 않았다.
왜 두번째 그룹의 셰퍼드들은 괴로워 하면서도 전기충격을 받아내고 있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틴 셀레그만는 이 실험을 통해 “무기력은 학습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은 “자기 통제력”에 있다.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느끼자 미래에 대한 기대를 상실한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은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학을 아무리 공부 해도 수학 점수가 오르지 않아서 수학을 포기했다는 ‘수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았을까? 아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고 느낀 직원은 어느 순간 노력하기를 포기한다.
캘리 맥고니걸의 <움직임의 힘>에서도 마틴 셀레그만과 비슷한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전기충격 실험에서, 전기 충격을 막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던 쥐들은 물이 가득 찬 양동이에서도 발버둥치지 않고 금세 바닥으로 가라 앉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반응을 ‘자포자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분명 어떤 상황에서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든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어려움이 생기면 오히려 더 활동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찾아낸다. 어려워 보이는 모든 일들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해결하려고 한다.
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능력을 가진 것일까?
물론 아니다.
위 실험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전기 충격을 가한다고 모두가 무기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감이 붙거나 용감해지기도 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통제 요소”의 유무에 달려 있다.
캘리 맥고니걸은 쥐들이 쳇바퀴를 돌리면 전기 충격이 멈추도록 설계한 실험을 소개하는데, 그런 쥐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 더 용감하게 행동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능력도 높다고 한다.
결국 무기력이 학습되지 않기 위한 핵심은 “자기통제력”에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통제력을 갖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 작은 성공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통제력은 뭔가 시도 한다고 당장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뭔가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지금 당장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재에 초점을 맞춰 기대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달리기다. 달리기는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는 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아주 낮은 활동이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2월, 처음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60초 이상을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꾸준히 해냈고, 1년이 지난 지금 근 한 달 동안 10키로를 다섯 번 완주했다. 내 신체 능력은 형편없다고 주저앉았다면 이런 놀라운 변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나는 내가 가장 못하던 것을 해내면서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운동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끔찍하다..)
누군가는 포기하고 누군가는 나아간다. 그 차이를 알아내고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회복한다는 것은 나를 믿는 것이다. 쉽게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분명히 바꿀 수 있다. 지금 무기력에 빠져있는 누군가 이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참고
1) <완벽한 공부법> 신영준, 고영성
2) <움직임의 힘>, 캘리 맥고니걸
3) <학습된 무기력 어디서 오는가>, 유튜브 ‘독서연구소’
4) <에센셜리즘>, 그렉 맥커운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