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vs 한국 웹툰, 어디가 더 좋을까?

일본은 만화 선진국이다. 그냥 선진국도 아니고 초 선진국이다. 그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서 한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과 중국까지 포함해 동아시아권에서 출판되는 만화는 거의 일본 만화 스타일을 따라간 적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웹툰이 흥하면서 우리나라 만화의 경쟁력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만화의 해외 진출은 물론이고,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까지 제작되어 전 세계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급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에서도 연재한 경력이 있는 송지형 만화가가 유튜브에서 일본 만화 시장과 한국 웹툰 시장을 비교했다. 만화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웹툰 시장이 훨씬 더 좋은 환경이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1) 돈이 곧 창의력이다

 

작곡가 김형석은 “영감의 원천은 입금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다. 흔히 열정은 내적 동기에서 나오고, 돈은 외적 동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은 좀 더 복잡하다. 우리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고, 명성과 권위 같은 다양한 요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외적 동기를 넘어 외적+내적 동기를 모두 갖춘 동기부여 요소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창작자에게 충분한 대접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웹툰이 인세를 70%나 준다는 데 솔직히 나조차 놀랐다. 정말로 그 정도로 챙겨주는 분야가 거의 없다. 높은 수익의 결과 수많은 웹툰 지망생이 생겼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졌으며, 지금의 급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바로 일본 영화 시장이다. 일본 영화는 아무리 흥행해도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많은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흥행 결과를 ‘제작위원회’라고 불리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챙겨간다고 한다. 그로 인해 한때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던 일본 영화는 자국에서도 외면받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2) 게이트키퍼가 없다

 

게이트키퍼란 정보의 유통을 통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기자나 편집자 같은 사람들이 바로 게이트키퍼다. 이들이 신문이나 방송에 내보내기로 한 정보만 유통될 수 있다. 즉, 지식과 정보의 ‘수문장’인 셈이다.

 

만화계에도 게이트키퍼가 있다. 예를 들면 만화 잡지는 수많은 지원작을 받지만, 그중에서 흥행할 작품만 잡지에 싣는다. 이때 어떤 작품을 싣는지 결정하는 사람, 즉 편집장이 게이트키퍼다. 문제는 이럴 경우 편집장의 취향에 따라 선정 작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이기 이전에 편집장의 입맛에 맞는 작품이어야만 자신의 만화가 출판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대표적인 게 유튜브다. 유튜브는 게이트키퍼가 최소한이다. (주로 금기된 콘텐츠만 걸러내는 정도다) 누구나 콘텐츠를 바로 대중에게 유통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존 방송국에서는 예상도 못 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퀄리티의 방송이 흥행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플랫폼 덕분에 게이트키퍼가 사라졌고, 그 결과 콘텐츠 함정이 완벽하게 벗겨지고 있는 셈이다.

 

웹툰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도전만화’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누구나 만화를 올릴 수 있다. 여기서 주목받는 작품은 ‘베스트 도전’으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면 정식으로 계약해 네이버 웹툰이 된다. 여기에도 게이트키퍼가 존재하긴 하지만, 과거 출판 잡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느슨하다. 정말 눈치 볼 일이 없는 창작자의 천국인 셈이다.

 

3) 웹툰, 문화 콘텐츠의 미래 표준

 

웹툰과 유튜브의 성공은 다른 문화 콘텐츠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르 소설의 경우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문피아’, ‘조아라’ 등의 플랫폼에서 작품을 발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연수익 1억을 넘기는 성공 작가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나 음악 같은 분야는 아직 어려운 면이 있다. 일단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고, 아직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격차가 심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음반 녹음만 해도 비싼 장비와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쓸만한 음질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편집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그래서 몇몇 인디 밴드의 초창기 앨범을 보면 음질 상태가 안습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음실은 공유 오피스 형태로 대여해 줄 수 있을 것이고, 편집은 프로그램이 발달하면서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장편 영화도 스마트폰만 활용해 촬영하는 실험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고, 웹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저비용 작품도 나오고 있다. 언젠가는 ‘도전만화’처럼 ‘도전가요’나 ‘도전영화’ 같은 게시판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기술 발달 덕분이다. 플랫폼의 탄생과 제작 장비의 발달로 갈수록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 당신이 만화를 그리든, 소설을 쓰든, 음악을 만들든 지금보다 작품을 만들기 좋은 시절이 없었다. 그래서 창작에 관심이 있다면 취미로라도 꼭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는 기회가 활짝 열려있다!

 

 

참고

1) 일본 연재 작가가 본 한국 만화 시장.txt, pgr21 (링크)

2) 단편만화 연출법(1:21:30부터), 송지형 유튜브 (링크)

 

이미지 출처 : 웹툰 <고수>, 만화 <귀멸의 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