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빠, 진상인가요? 충분히 그럴 만 한가요?

자영업자나 알바생이라면 최소 한 번은 진상 손님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돈을 낸다고 해서 그게 갑질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님에도 온갖 심술을 부리는 진상도 있고, 어떻게든 서비스 하나라도 더 챙겨받으려고 갖은 수를 다 쓰는 구걸형 진상도 있다. 이런 진상을 겪고나면 진이 다 빠지고, ‘이렇게까지 해서 벌어야 하나’라는 허무함이 몰려온다. 그런 고통을 감내하며 일하는 모든 서비스직 종사자 분들께 일단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런데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정말 애매한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자신의 아버지 행동이 진상인지 아닌지 물어보는 글이었는데, 고객 입장에서 당연한 권리 행사로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가게 입장에서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일단 사연이 어떤지 살펴보자.

 

 

일단 가게에서는 고기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구우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우가 한 두푼도 아니고 기껏 내간 고기를 버려버리면 손해가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우가 한 두푼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먹으러 왔는데 맛있게 먹고 싶은 게 당연하다. 서비스가 잘못된 게 온전히 가게 탓이니 다시 새 고기를 내와주는 게 맞다고 여길 수 있다. 과연 글쓴이 아버지의 행동을 ‘진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애매할 때는 근본을 따져보는 게 좋다. 진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원은 ‘진상(進上)하다’ 라는 말에서 왔다는 게 유력하다. 진상하는 과정에서 관리가 뇌물을 요구하거나, 진상품을 착복하는 과정이 심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어감이 더해졌다고 한다. 혹은 이러한 부정부패 때문에 일부러 나쁜 물건을 진상하여 진상이 안 좋은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다고도 한다. 이 외에도 ‘진짜배기 상놈’이라는 뜻에서 진상(眞商)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사실 이 얘기를 쓰고 싶어서 어그로 끌었다)

 

어원을 생각하면 ‘아니꼬운 대접을 요구하는 경우’가 바로 진상이 아닐까 싶다. 즉, 정당하게 요구할 근거가 없음에도 떼쓰고 윽박지르며 대접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심술이나 무리한 서비스 요구 모두 포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행동이 진상인지 아닌지는 하나만 따져보면 된다. 그 요구에 타당한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다.

 

나는 아버지가 진상이 아니라 타당한 요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비싼 고기는 맛있게 먹는 게 도리다. 그런데 굽다 만 고기는 맛이 없다. 특히 소고기는 굽는 타이밍이 생명이거늘… 맛이라는 근거가 있으니 충분히 타당한 요구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진상’이란 무엇인지? 과연 글쓴이의 아버지는 진상이였는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참고 : 고깃집에서 저희 아버지 진상인가요?.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