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잘하는 법’과 ‘일 잘하는 법’의 공통점

 

영화 <머니볼>은 2002년 20연승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주인공은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 그는 당시만 해도 헛소리 취급받던 ‘머니볼’ 이론을 도입해 기적의 신기록을 달성한다. 영화는 그가 성공을 거두기까지 겪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새 시즌을 맞이하며 큰 위기에 빠진다. 전 시즌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던 에이스 3인방 이스링하우젠, 지암비, 데이먼이 모두 자유계약 선수가 되어 팀을 이탈했다. 단장 빌리 빈은 그들을 잡고 싶었다. 최소한 데이먼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가난한 오클랜드는 에이스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돈 많은 부자 구단에 하나둘 선수를 빼앗기고,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오클랜드는 이미 망하고 있었다.

 

과연 빌리 빈은 이토록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무슨 마법을 부려 20연승 신기록을 달성하고 서부지구 1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지금부터 그 비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통계적 사고의 힘!

 

 

오클랜드의 스카우터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3명의 선수가 이탈한 데다, 하필이면 그들이 팀의 에이스였다. 그들은 머리를 싸매고 에이스를 대신할 선수를 물색한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나올 리가 없다. 떠나간 선수들은 올스타와 MVP를 장식하던 최고의 선수들이라 더 나은 선수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엇비슷하게 실력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 해도 돈이 없었다. 오클랜드는 찢어지게 가난한 거지 구단이었다. 평범한 스카우트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0명이 넘는 스카우터들은 답답한 소리만 해댔다. 잘생긴 선수가 좋다느니, 여자친구가 못생겨서 안 된다느니, 듣고 있자니 열 뻗쳐서 참을 수 없는 헛소리만 늘어놨다. 심지어 어떤 선수를 추천하며 ‘공을 때릴 때 울려퍼지는 소리가 좋다’는 말을 건넨다. 그 말을 한 스카우터는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들의 수다 떨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빌리 빈은 선수 영입을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방문했다가 통계 전문가 피터 브랜드를 만난다. 그로부터 ‘머니볼’ 이론에 대하여 듣는다. 구단은 선수를 사는 게 아니라 승리를 사야 하며, 승리하려면 득점할 선수를 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질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통계로 주어지는 출루율이었다. 피터 브랜드는 ‘통계적 사고’를 바탕으로 야구를 해석했다.

 

하지만 세상은 머니볼 이론을 무시했다. 야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뛰는 경기이고, 컴퓨터로는 알 수 없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여기에 차별과 편견까지 더해진다. 머니볼 이론을 처음 주장한 빌 제임스는 야구를 해본 적도 없는 통조림 공장 경비원이었다. 피터 브랜드도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야구 전문가들은 야구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말하는 주장이라며 머니볼 이론을 깔아뭉갰다.

 

세상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머니볼 이론은 결국 성공한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154경기를 치른다. 단기전은 모르겠지만, 장기전에 돌입할수록, 경기 수가 쌓일수록 통계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를 ‘대수의 법칙’이라고 한다. 표본 수가 많을수록 통계적 예측과의 오차가 줄어든다는 법칙이다. 시즌 초반 오클랜드는 연패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통계에 따라 리그 1위에 오른다. 심지어 통계로도 예측할 수 없었던 20연승이라는 기적까지 이뤄낸다.

 

오클랜드의 성공 전까지 전문가들은 경험과 직관으로 야구를 해왔다. 외모나 자신감 같은 근거조차 될 수 없는 헛소리가 난무했다. 빌리 빈과 피터 브랜드는 이를 깨부쉈다. 통계적 사고라는 무기를 가지고. 이제는 오클랜드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이 통계적 근거를 가지고 선수를 영입한다. 부자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는 통계적 사고를 바탕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깨며 86년 만에 우승하기에 이른다. 통계적 사고는 강력하다. 일을 잘하려면 통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2. 포기하지 않는 믿음

 

 

빌리 빈이 피터 브랜드를 영입하며 머니볼 이론을 도입했지만, 바로 성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시즌 초기에는 연패를 맞으며 리그 꼴지까지 추락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과의 불화. 감독 아트 하우는 머니볼 이론을 부정하는 보수적인 사람으로 단장 빌리 빈과 대립했다. 빌리는 해티버그를 기용하라고 주문했지만, 감독은 끝까지 페냐를 기용한다. 물론 페냐는 훌륭한 선수다. 시즌 올스타에 오를만한 선수였다. 감독의 선택이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빌리는 해티버그를 기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 빌리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든다. 페냐를 전출시켜 버린 것. 이제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해티버그를 고용해야만 했다. 빌리의 결단이 얼핏 속 시원한 사이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페냐는 올스타감이다. 그런 선수를 트레이드했다가 성적이 안 좋아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잘린다는 말이다. 빌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머니볼 이론을 믿은 셈이다.

 

성공에는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노력과 방향이다. 애당초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뒤로 달리면서 골인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면 바보가 될 뿐이다. 방향을 제대로 잡은 뒤에는? 그다음은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노력의 결실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중도에 포기한다. 때론 성공을 코앞에 두고서 뒤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빌리 빈도 그럴 수 있었다. 거듭되는 연패 속에서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스타 페냐를 트레이드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끝까지 나아갔다. 그 결과는 기적 같은 연승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이 옳다고 믿은 결과였다. 물론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유연함은 포기와 다르다.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그저 잘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졸꾸를 떠올린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웠다면 꾸준히 도전해야 한다. 당장 원하는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를 견디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야말로 진정한 졸꾸 정신이라 말할 수 있다. 빌리 빈은 포기하지 않는 믿음을 가졌다. 졸꾸 정신을 가졌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것과 야구를 잘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리그 최약체 거지 구단이 서부지구 1위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2가지였다. 하나는 올바른 방법을 찾아내는 지식. 다른 하나는 이를 밀고나갈 수 있는 믿음이다. 그럼 이 비결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간단하다. 올바른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공에 이를 때까지 졸꾸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각양각색이겠지만, 그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다. 공부하고, 졸꾸하라. 일 잘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야구를 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부하고, 졸꾸하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 끝에서 성공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 영화 <머니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