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대참사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대한민국 법원에서 낸 일본 강제 징용 소송 배상 판결에 항의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연히 국제 무역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었고, 당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이 자유무역에 위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하필 불화수소였을까? 일본에서는 한국에 수출한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넘어가 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거야 그렇게 믿고 싶은 거고, 실상은 한국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작에 꼭 필요한 재료다. 그리고 반도체는 대한민국 수출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다. 그러니 불화수소를 틀어막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벌어지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거라 생각한 거다.

 

 

그럼 1년이 지난 후의 결과는 어떨까? 일본의 불화수소 전문업체 모리타 화학공업은 전년에 비해 순이익이 90.2%가 감소해, 8억 7천만 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년에 88억 원의 이익을 올리던 기업이 1년 만에 1/10로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불화수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이 수출을 끊었던 게 오히려 자생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렇게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는 일본 제품을 수입할 필요도 없다. 일본 입장에서는 괜히 강짜 놓으려다 소중한 수출 품목을 잃어버리는 자승자박 꼴이 되었다. 일본 기사 댓글에서도 이런 촌극을 비판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감사와 보은이다.” 비즈니스, 특히 국제 비즈니스에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이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항상 페널티를 안고 살아왔다. 휴전국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게 ‘감사와 보은’이다. 거래를 통해 자기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구도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 얻은 이익에 감사하고 나아가 은혜를 갚을 줄 알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2019년 수출 규제는 그런 감사와 보은을 날름 갖다 버린 짓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셀프 경제 제재로 돌아왔다. 우리는 일본의 행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바보 취급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드라마는 교훈이 넘치던데, 일본 정치인들은 드라마 안 보나…)

 

참고 : 일본의 수출 규제 대참사,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