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점점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면 각계각층에서 크고 작은 기부가 이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도 기부를 하고 있지만, 소액에 불과하다. 그래서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을 보면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선한 마음을 닮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남 일이라 좋게 보는 걸 수도 있다. 기부하는 사람의 가족은 어떤 기분이 들까? 특히 부모님이 나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그 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한다면? 그래도 마냥 좋게 볼 수 있을까?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한 커뮤니티의 게시물에서 부모님이 거액을 기부했다는 사연을 볼 수 있었다.
글쓴이는 아내에게 아버지가 기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문 기사를 찾아보고 나서야 10억을 기부하여 장학재단을 설립하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후로 어린 시절의 일화를 얘기하는데, 그리 넉넉하게 자란 것도 아니었다. 글쓴이의 아버지는 ‘지독하게’ 검소한 삶을 살았다. ‘지독하게’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검소함의 강도가 심했다고 한다. 본인을 위해서는 정말 단 한 푼도 쓰지 않았고, 가족들에게도 극도의 아낌을 강요하셨다고 한다. 심지어 외식할 때에도 아버지 본인은 빠지고 가족들만 보낼 정도였다고. 반면에 예외가 딱 하나 있었는데 자식들 교육에 있어서는 검소함을 거둬들이시고 많은 기회를 허락하셨다고 한다.
이런 기억 때문에 글쓴이는 아버지께서 제법 큰 액수를 기부하신 것을 보고 예외적으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소식을 들은 지인들도 기뻐하기보다는 글쓴이를 걱정했는데, 어쩌면 자식들에게 상속되었을지도 모르는 돈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을 섭섭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쓴이와 동생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아버지께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글쓴이의 아버지께서는 도에서 주는 표창도 받으셨다는데, 기부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보여준 선행 때문이었다. 1978년부터 매일 새벽 2시까지 약국을 열어 밤늦게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도왔고, 그래서 주변 택시 기사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밤 중에 문을 연 약국이 유일했기 때문에 택시 기사분들이 많은 손님을 모셔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면서 기부하는 삶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부란, 그저 돈 많은 사람이 생색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평소에도 지역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소액을 기부하고 있는 이유도 내가 넉넉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학생 밥값 지원 사업에 돈을 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학생 때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맨날 매점 김밥을 먹고 다녔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격이 천 원이라 ‘천원김밥’이라고 불렀다)
기부하는 분들의 가족은 어떻게 생각할지, 혹시나 섭섭해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부모님의 기부 사실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역시 좋은 일은 좋은 영향을 퍼뜨리는 것 같다. 글쓴이의 부모님께도 그리고 이를 기뻐하는 글쓴이에게도 왠지 모르게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고 좋은 영향이 더 멀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 신문에서 먼저 알게 된 아버지의 소식, DVD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