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안목이 거의 워런 버핏, 피터 린치 수준이시다. 하시는 말씀마다 전부 맞는 말에, 슬쩍 보이는 멘탈도 주식에 최적화되어 있으신 듯하다. 이 말을 잘 뜯어보면 주식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운의 영향력을 인지한다
주식에서 망하는 사람들의 결정적 특징 중 하나가 운의 영향력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주식은 전형적인 복잡계다. 그리고 복잡계의 특징 중 하나는 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2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2019년에 코로나가 발발할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20년에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전 세계가 극심한 경기 침체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주식 시장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대유행 초기에 잠깐 주춤했지만, 2021년까지 오면서 주가는 계속 상승했다.
미국 주가지수인 S&P500, 글로벌 주식, 상품 지수까지 세 지표가 모두 상승한 것은 50년을 통틀어 3번째라고 한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유행에 맞서 양적 완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며 충격을 완화했고, 대유행 이후 경기가 회복될 거란 긍정적인 시각이 작용하면서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2년 전에 지금의 흐름을 완벽히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하다못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주가가 이렇게 상승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예상한 사람은 큰돈을 벌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운’이 작용했고, 그 결과 또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따라서 항상 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2) 운과 실력을 구분한다
운의 영향력을 인지했다면, 운과 실력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 무엇이 운이고, 무엇이 실력일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실력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게 운이다.
주식을 예로 들면, 수익률은 실력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를 주식을 찾아내는 안목은 실력이지만, 그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수익률=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식하다 망하기 딱이다.
그럼 주식에서 무엇이 실력일까?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매도 타이밍’이다. 언제, 어느 가격에 주식을 파느냐. 이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래서 진짜 실력은 ‘하락장’에서 빛을 발한다. 기껏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올라봤자, 하락장에서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면 말짱 꽝이다. 진짜 고수는 언제 팔아야 할지를 안다.
3)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소액으로 하면 크게 하락해도 버틸 수 있지만, 큰 금액이면 조금만 하락해도 큰 충격 때문에 벌써 손실하고 마이너스.”
이 말은 진짜 주식 현자급 발언이었다. 주식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내다. 내가 산 주식값이 떨어지면, 어떡해야 하나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손해를 보고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수들은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주식을 구매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승과 하락에 가슴 졸이지 않는다.
2020년 투자 수익률을 세대별, 성별로 알아본 자료에 따르면, 20대 남자의 수익률이 최저였다고 한다. (사실 다른 성별, 세대도 투자를 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코스피는 2020년 최저점 대비 97%의 성장을 보였다. 그냥 주식을 고르지 않고 모두 1주씩만 샀으면 돈이 2배가 됐을 거란 말이다. 역시 실력은 하락장에서 알 수 있다.)
이들의 수익률이 낮은 요인 중 하나가 높은 회전율이라고 한다. 20대 남성은 모든 연령 중에서 가장 많은 매매를 보였다. 다른 데이터 분석에서도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희일비하는 건 주식하다 망하는 정석 루트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나왔다.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10년 뒤에 깨어나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하락에도 버틸 수 있도록 위험 회피를 추구하는 게 필수다. 큰 금액이면 큰 충격을 받는다는 어머님 말씀은 진짜 진리 중의 진리인 셈이다.
참고
1) 어머니.. 나 이제 깨달아요…jpg, pgr21 (링크)
2) WSJ “주식에서 비트코인까지…투자자들, 올해도 모든 자산 상승 기대”, 연합인포맥스 (링크)
3) 주식 열심히 사고파는데…수익률 꼴찌 ’20대男’, 1등은 ’30대女’ [스물스물], 매일경제 (링크)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