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많은 장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미팅을 하고 나면 매우 지친다. 내향적인 성향과 외향적인 성향을 구분 짓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충전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에너지가 충전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에너지 방전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호재인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 자가격리를 자주 해 왔기 때문에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실제 해외에서는 자가격리 전문가를 자처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혼자 지내는 전략에 대해 알려주는 포스팅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꼭 내향적인 사람에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집안에서 혼자 있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1인 가구라면 혼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2/3는 2인 이상 가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히려 나 아닌 다른 사람(대부분 가족)과 작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내향적인 부모의 경우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아이들이 집에 함께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 시간을 뽑아내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홀로 에너지를 충전할 기회조차 찾기 힘들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간다. 지금까지는 유치원과 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홀로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자기 전까지 홀로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다.
2. 외부 연결이 더 자주 더 불규칙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전보다 카톡, 단체채팅방, 메신저, 화상채팅 등의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홀로 쉰다는 것은 그냥 혼자 있는 것과 다르다. 홀로 제대로 쉬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차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보다 더 자주 더 불규칙적으로 연결이 자신의 삶에 침범해 온다. 오히려 예전 미팅에는 스케줄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스케줄이 정해지기보다 변칙적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3. 내향적인 사람들이라고 사회적 활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실제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만나지 못하게 되면 내향적인 사람이든 외향적인 사람이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결코 좋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부디 빨리 진정되어 일상이 회복되는 것이 내향적인 사람에게든 외향적인 사람에게든 모두 중요하다.
참고 : MIT Technolog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