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저 몰래 아이패드를 샀어요”

 

 

커뮤니티에 딸이 몰래 아이패드를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모는 그런 딸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하고, 애가 돈이 어디서 나서 물건을 샀는지 걱정하기도 했다. 하긴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덜컥 고가의 물건을 사 오면 겁이 날 것도 같다. 사람들은 이런 부모의 심정에 공감해줬을까?

 

 

댓글 반응은 공감보다 비판이 많았다. 반대도 훨씬 많이 찍혔다. 고3인데 책가방 사는 데 계획서까지 쓰게 하는 건 너무 숨 막히는 일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나 또한 댓글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1) 자율성이 핵심이다

 

구매 계획서를 제출하는 건 사실 좋은 교육법이다. 사실 계획서를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교육적이다. 스스로 구매의 합리성을 따져보도록 하는 것. 계획을 짜고, 소비의 필요성을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역할을 다 한 셈이다.

 

그런데 계획서가 검사의 수단이 되는 순간, 부모가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게 되는 순간 자율성은 물건너 간다. 그러면 구매 계획서의 목적이 변질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럴싸한 변명을 만드는 꼼수를 가르치는 꼴이 된다.

 

2) 거짓말하게 만들지 마라

 

아이가 책가방 같은 것만 사고 싶겠는가? 좋아하는 아이돌 굿즈도 사고 싶고, 예쁜 옷도 사고 싶고, 때로는 비싸 보이는 화장품도 사고 싶다. 이런 물건을 사는 게 전부 사치일까? 아니다. 이런 물건이라도 계획적으로 사면, 그것은 사치가 아니다. 물건의 가치(유용성, 행복 등)를 충분히 따져보고, 그에 필요한 비용을 잘 아껴 모아 샀다면, 충분히 경제 관념 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계획서를 쓰기로 했다면, 이런 물건을 사는 계획서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교육적이고 건전한 물건만 사야 된다고 제한하는 순간, 아이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부모가 보기에 바람직한 물건은 계획서를 쓰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몰래 사게 된다.

 

이게 더 치명적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일 말이다. 솔직히 아이패드가 고가의 물건이기는 하지만, 불법도 아니고 아이가 절대 구매하면 안 될 물건도 아니다. 타당한 사유와 철저한 계획이 있다면 구매해도 충분히 좋을 물건이다. 그런 물건을 사면서도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그 부분이 아이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3) 양육의 최종 목표는 자립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표는 자립이다.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의 행동이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데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이가 용돈을 모아서 고가의 물건을 샀다. 이 물건을 사기 위해 잘못된 일을 한 적도 없고, 부모에게 따로 손을 벌리지도 않았다. 물론 용돈은 부모에게 받았겠지만, 그 돈을 아껴서 모은 건 아이의 노력이다. 그렇다면 자립의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이 아닐까?

 

덧. 댓글과 반응이 부정적이자 후에 부모가 추가 내용을 올렸다. 다행히 아이는 설에 받은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서 아이패드를 산 게 맞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패드도 돌려주었다고 한다. 다만 공부 목적이 아니라고 안타까워 한 점,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라고 말한 점(구매 사유는 별로였지만, 구매 과정은 솔직히 칭찬해주고 싶다)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 추가))딸이 저몰래 아이패드를 샀네요, 네이트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