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야말로 우리나라 주차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밤새 눈이 내린 다음 날 차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주차금지’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밤 4대의 차량이 주차 금지 구역에 차를 대놓고 있었던 것. 그것도 아주 높은 단합력으로 글자가 예쁘게 보이도록 세워두었다…
1) 누구의 잘못인가?
먼저 떠오르는 건 주차금지 구역에 차를 댄 개인의 잘못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공공질서에 관한 시민의식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교통 법규에 관해서는 다소 조금 느슨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무단 횡단도 많고, 음주운전도 그렇고, 불법주차는 저질러 놓고 뭐가 잘못이냐고 당당하게 나오는 사례도 인터넷에 흔하게 올라온다.
하지만 개인만 탓할 수는 없다. 개인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 즉 시스템의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차난은 역사가 깊다. 최소 90년대부터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90년대에 주차가 뭔지 알 정도로 나이를 먹은 덕분이다. 그러니까 내 평생 이랬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불법주차가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불법주차를 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오게 된다. 이처럼 관대한 인식은 결국 불법주차가 자주 벌어지는 문화를 형성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 당국이라면 더욱더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2) 그럼에도 규정을 지켜야 하는 이유
아마 저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저렇게 주차하기 딱 좋은 공간을 왜 주차금지로 지정해 놓은 거지?’, ‘주변에 공간도 넉넉한데 저기에 차 좀 댔다고 뭐 문제 될 게 있을까?’
하지만 문제가 된다. 보통 상황에서는 아니겠지만, 특별한 상황, 예를 들면 건물에 불이 나는 경우에는 저곳에 주차된 차들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위 사진은 주변에 공간이라도 있지, 좁은 골목길에 불법주차한 경우에는 소방차가 사고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커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불법주차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일로 정말 누군가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앞서서 이 문제가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글을 통해 영향력을 전파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메시지는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당신의 불법주차가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 문화를 만든다
이러한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아가 사회에 만연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솔직히 개인이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딱 하나 방법이 있다. 시스템을 바꾸는 위치까지 올라가면 된다. 시장이나 도지사 혹은 대통령을 노려보자?)
하지만 개인은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문화는 정책으로도 바꾸기 어렵다. 이거야말로 개인의 힘으로만 바꿀 수 있다. 때로는 문화가 바뀌어서 정책까지 바뀌기도 한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실내에서는 전부 금연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금연을 장려하는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오히려 정책이 뒤늦게 바뀐 케이스다.
불법주차도 마찬가지다. 나부터 불법주차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 분위기가 점점 퍼져나가 어느새 문화가 된다. 책 <패거리 심리학>에 따르면 그렇게 문화가 바뀌는 데 필요한 비율이 25%라고 한다. 다 바뀔 필요도 없고, 25%만 바뀌면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 함께 문화를 만들자.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라고 생각하자.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일이 될 것이다.
참고&이미지 출처 : K 주차 근황, pgr2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