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2019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5년이 가장 더웠으며, 이산화탄소 농도 또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씨 상승했으면,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0.2도씨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지도자’로 재평가받는 인물이 나왔다. 아시아, 중동, 유럽을 아우르는 역사상 가장 큰 대제국을 세웠고, 그 와중에 무시무시한 파괴와 약탈을 저지른 인물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징기즈칸이다.
징기즈칸이 ‘친환경 지도자’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활약(?) 덕분에 지구온난화가 200년 이상 늦춰졌기 때문이다. 무자비한 파괴와 약탈로 도시와 마을을 자연 상태로 되돌린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엄청나게 감소했다고 한다. 몽골의 침략전쟁으로 유라시아에서 약 4,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로 인해 목재와 석탄 사용이 급감한 덕분이다. (중국은 이미 당나라 말기부터 화북지역을 중심으로 석탄을 사용했다고 한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는 산업혁명 이전에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끼쳤던 주요 사건으로 13세기 몽골의 침략전쟁, 14세기 흑사병, 16세기 유럽의 아메리카 침략, 17세기 명나라 멸망 등을 꼽았다. 모두 단기간에 수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그중에서도 막대한 중국 인구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한 몽골의 침략전쟁이 1위로 꼽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구가 아파요.’라는 표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구는 아프지 않다. 아무리 환경이 오염되어 봤자 지구 입장에서는 껍데기에 부스러기 묻은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지구가 아플까 봐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건 틀린 말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아프기 때문이다. 이대로 각종 오염물질이 지구를 뒤덮으면 결국 그 피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환경 보호에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중에 오염물질 양을 제한한다고 해보자. 매연에 오염물질이 포함될지 아닐지 검사하는 데에도 돈이 들고, 오염 물질이 나가지 않게 여과 장치를 설치하는 데도 돈이 든다. 규제하는 데도, 규제받는 데도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 환경 보호를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은 게 모든 기업의 속마음이다. 이를 막으려면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징기즈칸처럼 인류 1/3의 뚝배기를 깨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뜻있는 지도자가 등장해 질서를 확립하고 올바른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부디 더 늦기 전에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국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원해 본다.
참고
1)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 전 세계가 주목해야…, 기상청 (링크)
2)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칭기스칸, 지구온난화 200년 늦춰준 ‘환경전사’?, 아시아경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