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개무시한다는 걸 직접 인증해버린 회사.jpg

 

 

 

 

 

 

위 내용은 MMORPG 게임 ‘마비노기’의 사용자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이다. 보시다시피 말만 간담회지 소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막장 간담회가 끝나자 사람들은 “사용자를 개무시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이렇게 인증해버릴 줄은 몰랐다.”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마비노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게임 업계 전반에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다는 게 사용자들의 생각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1) 확률형 아이템 문제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간담회까지 열리게 된 배경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중심에 있다. 보통 게임에서는 괴물을 잡거나 임무를 완수하면 보상의 개념으로 아이템을 준다. 아이템은 강력한 무기라던가, 튼튼한 방어구 같은 것들이다. 그럼 확률형 아이템은 뭐냐? 무기 대신에 ‘무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 선물 상자’를 준다는 개념이다. 그 선물 상자에 무기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복불복 뽑기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회사에서 돈을 받고 판다는 점이다. 게임 내 보상이라고 해도 악랄하다고 할 판인데, 이걸 돈을 주고 팔다 보니 사행성 논란이 일었다. 그래도 사용자들은 여기까지 이해해줬다. 사실 로또도 있고, 경마도 있고, 하다못해 오락실 인형 뽑기까지 어느 정도의 복불복은 놀이에서 흥미를 돋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2) 확률 조작 논란

 

그런데 이 확률이 게임사가 공개한 것과 다르다면?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옵션이 나올 확률을 낮게 설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임 설명에서는 무작위라고 쓰여있지만, 무작위가 아니었던 셈이다.

 

확률 조작 자체도 큰 문제지만, 더 사람들을 분노케 한 것은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게임사가 사용자를 개무시한다는 점이었다. 이후 익명 커뮤니티에 게임사 내부 직원들이 글을 올렸는데, 사용자를 ‘게임이나 하는 한심한 애들’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내용이었다.

 

3) 개무시당하면서도 계속하는 이유?

 

사실 이런 불만이 이제서야 튀어나온 건 아니다. 이전부터 게임사가 사용자를 호구 취급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게임을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다분한 행동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게임을 해왔다.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 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사람은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이 있다. 이미 매몰된 돈, 노력,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성향을 ‘매몰 비용 효과’라고 한다.

 

게임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려면 돈, 노력, 시간이 매우 매우 많이 필요하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하면서 들어가는 돈의 단위가 어마무시해졌다. 그런 상황이니 아무리 개무시당해도 그만둘 수가 없다. 게임사가 사용자를 호구 취급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다.

 

4) 손절이 답이다

 

주식에서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은 하락장이라고 한다. 손절할 줄 아는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생도 마찬가지다. 진짜 지혜가 필요한 순간은 잘나갈 때가 아니라 손절이 필요할 때다.

고객을 개무시하는 회사를 정신 차리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객을 그만두는 것이다. 개무시당하면서 돈까지 갖다 바칠 필요가 없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문제는 매몰 비용이라는 인지적 편향이 이러한 합리적 행동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손절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힘을 모아 대규모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 위 간담회도 그런 맥락에서 개최되었다. 그런 자리에서조차 개무시를 당하고서도 다시 게임사에 돈을 갖다 바치면 안 된다.

 

이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한심한 애들’이 아니다. 사회인도 많고,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도 많다. 어른이면 어른다운 지혜를 발휘해보자. 게임사에게 만만한 애들이 아니라 힘 있는 고객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런 노력이 대한민국의 게임 문화를 더 성숙하게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참고 : 유저를 무시하는 줄 알앗지만 직접 인증해버린 마비노기 간담회 요약짤.jpg, pgr2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