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해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잘나가는 3가지 이유

“왜 이렇게 뻔해 보이는 게 잘나가는 거지?”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종종 기발하고, 신선한 콘텐츠가 열풍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잘나가는 것들은 뻔해 보이는 게 대부분이다. 사실 많은 인생 교훈, 명언, 경구들도 그렇다. 많이 보다보면 엇비슷한 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전부 다 뻔한 소리다. 그런데 왜 그런 뻔한 소리가 계속 언급되고, 소비되는 걸까? 왜 뻔한 게 계속 잘나가는 걸까? 그 이유에 잘나가는 콘텐츠 그리고 잘나가는 인생의 비결이 숨어 있다.

 

1) 처음이거나, 또 보고 싶거나

 

뻔하다 못해 아예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명언들이 계속 소비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그 뻔한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말일 수 있다.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시절에는 정보 공유가 쉬워지면서 뻔한 소리가 더는 소비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면서 특정한 정보에 접근할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 기분이다. 뻔한 소리가 뻔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

 

게다가 이미 정보를 소비한 사람도 그 정보를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똑같은 영화를 10번 넘게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일본에는 <이웃집 토토로를 100번 봐도 질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라는 책도 발간됐을 정도다. 좋은 내용은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매력이 있다. 뻔한 내용이라도 계속 잘나가는 이유다.

 

2) 친숙함 vs 신선함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 따르면 기발하고, 신선한 콘텐츠가 무조건 잘 나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신선함이 생소함으로 작동해 인기를 끄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떤 콘텐츠가 잘 나갈까? 친숙함을 바탕에 두되, 약간의 신선함을 가진 것들이다. 기존에 있던 내용을 살짝 비틀어 신선함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게 패러디나 합성 밈 같은 것들이다. 아주 살짝만 바꿨을 뿐이지만, 인터넷 여기저기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걸 볼 수 있다.

 

뻔한 것이 잘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들은 뻔하지만, 100% 뻔한 것은 아니다. 살짝 비틀어 신선함을 한 줌 더한 것들이다. 그 비율이 1~2%에 불과하더라도 이를 접하는 사람은 신선함을 느끼고, 동시에 친숙함에서 오는 선호까지 더해지게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뻔한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왜 뻔한 게 잘나가지?’가 아니라 ‘뻔해서 잘나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뻔하다는 것은 이미 잘나갔다는 이야기고, 그것은 상품성을 미리 검증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뻔한 내용에 약간의 신선함을 더하는 것뿐이다. 살짝 비틀면 된다.

 

3)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라

 

뻔한 것의 강력함을 보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지식의 저주’다. 지식의 저주란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다거나 뻔하다는 게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뻔하니까 안 돼!”라는 말은 틀렸다. 뻔하다는 생각 자체가 지식의 저주일 수 있다. 나아가 뻔하니까 안 되는 게 아니라 뻔하니까 된다. 당신이 잘나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뻔한 게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지식의 저주만 극복할 수 있다면, 당신도 뻔한 것이 가진 강력함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인생에서도 뻔한 것이 강력하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 교훈, 명언, 경구 같은 것들은 다 뻔한 소리다. 그만큼 오랜 세월 강력하게 작동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뻔하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뻔하기 때문에 가치 있게 바라봐야 한다. 뻔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인생을 사는 지혜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덧. 이렇게 뻔한 걸 잘 활용한 작품 중 하나가 영화 <승리호>다. 솔직히 승리호의 스토리는 뻔하다 못해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뻔한 스토리에 한류와 SF라는 조미료를 더했다. 그 결과는 세계가 주목하는 열풍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만든 SF’라는 생소함을 고려한다면, 식상할 정도로 친숙한 이야기 구조를 채택한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승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