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선수, 그것도 축구선수가 할 수 있는 제일 개념 없는 행동은 뭘까? 반칙? 비매너 플레이? 브라질 프로축구에서는 이 정도가 애교로 보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무개념 행동이 등장했다.
무개념 행동의 주인공은 브라질 A 리그 아틀레티코 RP의 골키퍼 아데바르 산토스. 그는 2018년에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갑자기 휴대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휘슬이 울리자 부랴부랴 휴대폰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가 휴대폰을 사용하던 모습을 관중들도 보았고,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행동은 SNS를 타고 퍼져나갔고, 언론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었다. 브라질의 축구 사랑은 엄청나다. 그의 행동은 신성한 축구를 모욕하는 일이었고, 사람들은 엄청난 비난과 함께 그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경기 다음 날, 산토스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의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상황. 하지만 산토스의 한 마디에 온 국민의 분노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나 역시 필드에서 휴대폰을 봤던 행동에 매우 화가 난다. 이 분노는 자동차에서 휴대폰을 보는 것을 향한 분노와 같을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캠페인이었다. 브라질의 교통사고 중 50%가 휴대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공익광고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이때 우버가 브라질 국민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활용해 캠페인을 펼쳐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이 벌어진 뒤 브라질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감소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35억 원어치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2019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상까지 받게 된다.
오늘날을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한다. 웬만큼 강렬하지 않으면, 메시지는 널리 퍼지지 못하고 묻히고 만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익광고는 착하고, 점잖고, 또한 재미없다. 산토스의 행동은 그 맹점을 정확하게 찔렀다. 모두가 경악하고, 분노할만한 일을 통해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런 식의 기만을 흔히 ‘어그로(aggro)’라고 말한다. 영단어 aggravation의 속어로 상대방을 도발해서 관심을 끄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보통 어그로는 안 좋은 의미, 즉 관심을 받기 위해 과장되거나 거짓된 정보로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하지만 산토스의 어그로를 나쁘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유는 바탕에 깔린 메시지가 선했기 때문이다. 공익적 가치, 선한 가치를 갖고 있다면, 어그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더 많은 관심을 끌고,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선을 잘 지켜야 한다. 선을 넘으면 망한 어그로가 된다)
정보 홍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착하면서 동시에 똑똑해야 한다. 또한 매력적이어야 한다. 좋은 메시지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꼬신다. 유혹한다. 우버와 산토스의 캠페인은 어그로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유혹적 마케팅의 가장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다.
덧. 전국민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캠페인을 진행한 아데바르 산토스. 진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1) Uber | Goleiro CAP | ENG, Tech and Soul 유튜브 (링크)
2) 골키퍼가 핸드폰 하나로 나라 전체를 속여버린 역대급 뒷광고, 타임스낵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