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선수.jpg

 

역사상 가장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선수를 고르라면, 아만도 갈라라가(Armando Galarraga)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10년 6월 3일,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선발로 등판한 갈라라가는 오심 때문에 ‘퍼펙트게임’을 날려 먹었다. 퍼펙트게임이란 경기 내내 27명의 타자 중 단 한 명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142년 동안 23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을 날려 먹은 건 당시 1루심이었던 짐 조이스(Jim Joyce)였다. 갈라라가가 26명의 타자를 아웃 처리하고 마지막 27번째 타자와 맞붙는 순간이었다. 타자는 평범한 내야 땅볼을 쳤고, 1루에서 아웃당했다. 하지만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중계 화면을 여러 각도로 돌려봐도 아웃이 명백했다. 이는 명백히 1루심의 실수였다.

 

 

퍼펙트게임이 날아가자 디트로이트 코치진과 동료 선수들이 흥분해서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심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당사자인 투수는 그저 웃고 있었다고…)

 

 

결국 갈라라가의 1피안타 완봉승으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1루심이었던 짐 조이스를 향한 맹렬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팬들과 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대 팀이었던 클리블랜드 팬들도 비난에 나섰다.

 

 

심지어 당시 백악관에서까지 이례적으로 의견을 내며 갈라라가의 기록을 퍼펙트게임으로 정정하도록 권고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원칙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역대급 사고가 터졌고, 메이저리그는 오심으로 얼룩진 난장판이 될 판국이었다.

 

 

경기 다음날, 짐 조이스 심판은 배정에 따라 1루심에서 주심으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에 나섰다. 딱 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데 잠시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 전에 양 팀은 출장 선수 명단 카드를 제출해야 한다. 원래는 감독이 나와서 주심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날은 감독 대신에 갈라라가 올라왔다. 갈라라가는 짐 조이스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심판의 등을 토닥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팬들은 지난날의 분노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투수와 심판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결국 짐 조이스는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왈칵) 용서와 화해가 빚어낸 감동의 순간이었다.

 

 

갈라라가는 퍼펙트게임을 날리긴 했지만, 성숙한 대처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 GM으로부터 콜벳 스포츠카를 선물로 받았다.

 

 

또한, 그해 최고의 인상을 남긴 선수나 팀에게 상을 주는 ESPYS 어워즈에서 야구 부문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만든 인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대신 역사를 남긴 선수가 되었다.

 

갈라라가는 어떻게 이처럼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팀원들이 전부 나서서 격하게 항의할 때도 그는 분노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음 날에는 자신이 먼저 나서 짐 조이스에게 용서와 화해의 제스쳐를 보여주었다. 나 같이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릇이 큰 사람이었다.

 

갈라라가는 오심이 벌어졌을 때, 순간 치밀어 올랐을 욱하는 감정에 몸을 싣지 않았다. 대신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걸음 떨어져 사건을 명확하게 보는 태도를 보였다. 그 덕분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1루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처럼 상황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리켜 ‘마음챙김(mindfulness)’라고 한다. 기존의 경험과 세상의 관습이라는 흐릿해진 렌즈 때문에 우리가 세상을 명확하게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사건에 반응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반면 마음챙김을 통해 현실을 명확하게 바라보면, 나의 마음은 물론이고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다. 기적 같은 용서와 화해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

 

갈라라가는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홈런 안 맞는 투수도 없고, 삼진 없는 타자도 없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오심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분노의 순간에서조차 인생의 진리를 되새길 수 있었던 침착한 태도. 그것이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의 순간을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런 침착한 태도를 가지고 싶다면, 당신도 ‘마음챙김’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뇌를 재설계하는

자기연민 수행 가이드

교보문고 바로가기 (링크)

 

참고

1) 메이저리그의 역대급 오심과 그 후, 매니아 (링크)

2) 책 <마음챙김>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