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랑은 변하는 거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게 사랑이 식는다는 뜻은 아니다. 책 <러브 팩추얼리>에서는 사랑을 2가지로 구분한다. 로맨틱한 사랑(또는 열정적인 사랑, 에로틱한 사랑) 그리고 동반자적 사랑이다.
로맨틱한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적응을 마치면 이전만큼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사랑이 식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권태기가 오기도 한다. 그러다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맨틱한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다. 동반자적 사랑(우정 또는 형제애와 비슷함)도 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는 걸 넘어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이 이르면 느끼는 감정이다. 로맨틱한 사랑에 비해 차분하고, 덜 지배적이며, 훨씬 더 깊은 끌림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 뇌에 분비되는 호르몬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새롭고 강렬한 자극이 주어지면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가 딱 그런 상황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면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 된 셈이다.
반면 동반자적 사랑에 빠졌을 때는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바소프레신은 사회적 유대감 및 로맨틱한 유대감을 갖게 해 주고, 옥시토신은 우리에게 차분함과 만족감 그리고 안정감을 갖게 해 준다. 도파민은 유통기한이 있지만,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사랑이 이어지는 한 꾸준히 분비된다.
실험에 의하면 들쥐에게서 옥시토신을 제거했더니 교미 후 서로를 본 척도 안 했다고 한다. 이후 옥시토신 수용체의 양을 늘렸더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들쥐가 잉꼬부부로 바뀌고, 새끼들 양육에도 힘을 쏟았다고 한다. 그래서 옥시토신의 별명이 ‘사랑의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사랑 외에도 성취감을 느끼거나 격렬한 운동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결혼하고 애정이 팍 식어버리는 커플도 있고, 반대로 오래도록 사랑을 이어가는 커플도 있다. 나는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에 ‘동반자적 사랑’에 있다고 생각한다. 로맨틱한 사랑만 바라보면 당연히 애정은 식을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면 동반자적 사랑을 이어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동반자적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걱정하고,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사랑의 표현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로맨틱한 사랑에 빠졌을 때는 이것이 매우 쉬운 일이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면 도파민이 분비되니, 우리는 쾌락을 위해 끊임없이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도파민의 기능 중 하나가 의욕을 샘솟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열정적으로 상대에게 헌신하게 한다.
그런 쾌감이 사라졌을 때도 여전히 사랑 가득한 말과 행동을 보여줄 수 있어야 사랑이 오래갈 수 있다. 물론 이때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귀찮음과 피곤함을 극복하고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사랑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처음에는 노력이 많이 들어가겠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면 훨씬 더 수월해진다.
그래서 평소에 사랑 표현을 자주 하는 게 좋다. 사랑한다는 말도 입에 붙어야 나온다. 너무 자주 말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지 말자. 하루에 12번 말해도 듣기 좋은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다. 10년, 20년이 넘도록 동반자적 사랑을 이어가고 싶다면, 오늘부터 사랑을 습관으로 만들자. 습관이 계속되면 그게 삶이다. 당신의 삶을 사랑 습관으로 채워보도록 하자.
참고
1) 남편과 10년을 살 수 있었던 이유.jpg, 클리앙
2) 책 <러브 팩추얼리>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