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장님이 던진 질문 ‘자본주의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위는 미국의 기업가이자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인 댄 프라이스가 한 말이다. 도대체 그는 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까? 특히나 그도 똑같이 기업인이면서 무슨 자격으로 다른 기업이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까?

 

1) 사장님이 미쳤어요

 

2015년 (그가 말한 6년 전) 그래비티 페이먼츠와 댄 프라이스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전 직원의 연봉을 7만 달러(약 8천만 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에 필요한 금액을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발표로 일약 노동 계급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현대판 로빈후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렇다고 그가 객기로 이런 일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연봉을 7만 달러로 정한 이유는, 7만 5천 달러까지는 소득 증가에 따라 행복감이 증가한다는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를 근거로 했다. 게다가 지난 3년간 2차례 전직원 임금을 20%씩 인상해도 경영에 무리가 없다는 경험까지 더해 내린 결론이었다.

 

이런 일을 저지른 댄 프라이스를 두고 ‘사장님이 미쳤어요’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호의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의미로 미쳤다는 말을 썼고, 그의 행보가 회사를 말아먹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미로 미쳤다는 말을 썼다.

 

2) 미친 행보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댄의 행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첫째, 모든 직원이 같은 연봉을 받으면 능력 있는 직원들, 특히 중간 관리자들이 퇴사할 것이다. 둘째, 인건비 과다 지출을 염려해 거래처가 이탈할 것이다. 셋째, 같은 연봉을 받으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 의욕이 저하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염려해 대주주인 댄의 친형이 “회사를 위험에 빠뜨렸다.”라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결단은 틀리지 않았다. 일단 일부 거래처들이 공포에 휩싸여 계약을 해지했지만, 대신 더 많은 거래처가 생겼다고 한다. 직원들도 근무 태만을 보이지 않았고, 유능한 인재들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경쟁사 고위직에서 일하던 직원이 자기 연봉을 80%나 삭감하며 입사하는 일도 벌어졌는데, 그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다. 이제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연봉 인상으로 직원들의 행복도가 올라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직원들이 회사 근처의 땅값 비싼 곳으로 이사 오면서 출퇴근 시간이 감소했고, 자녀 출산은 5배 증가했으며, 이직률은 18.8% 감소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회사의 이익이 증가했다. 연봉 인상 발표 6개월 만에 매출이 2배로 늘었고, 1년 뒤에도 매출이 35%가 상승하는 등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댄의 회사는, 많은 이의 바람과 달리, 망하지 않았다.

 

3)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CEO

 

사실 회사의 이익과 직접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망하든 말든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당시 댄 프라이스의 행보는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댄을 두고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행보가 자본주의 논리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무려 태평양 건너에 있는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그의 행보를 분석하며 ‘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안 망했네~)

 

그래서 댄 프라이스는 자신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CEO’라고 부른다. 나아가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날리기도 한다. 그리고 연봉 인상 6년 후에 자신이 내린 결정에 관하여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단 하나의 기업도 나처럼 하지 않았어.”

 

4)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댄 프라이스의 행보가 반드시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의 직원들이 태만하지 않은 데에는 연봉 이외에도 회사 분위기나 근무 환경 같은 요소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보다 인상적인 경영학 실험이 없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는 연봉-근로-행복을 아우르는 거대한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세상에 유의미한 결론을 보여주었다.

 

자본주의는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다. 하긴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처칠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통치 체제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다른 통치 체제를 제외하면.”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댄 프라이스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하지만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자본주의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덧. 댄 프라이스는 이후 새로 인수한 회사에서도 똑같이 연봉 7만 달러 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의 실험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이런 실험이라면 계속됐으면 좋겠다)

 

참고

1) @DanPriceSeattle, 트위터 (링크)

2) [세계의 기업가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 최저 연봉 7만달러…현대판 로빈 후드 ‘미친 사장님’, 헤럴드경제 (링크)

3) CEO 댄 프라이스의 ‘도덕적 책무’는 진행 중, 세계일보 (링크)

4) 연봉올려서 망한 기업.jpg, 보배드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