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에는 한계가 있을까?

2021년 2월 1일
admin

세간에 많이 알려진 심리학 학설 중 하나가 우리의 자제력이 유한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의 의지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노력을 너무 많이 하면 의지력이 바닥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아고갈이라고 부른다.

일을 마치면 넷플릭스와 야식을 벗 삼아 몇 시간에고 소파에 늘어져 있었던 적이 있는가? 주말이면 점심이 다 돼도록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버틴 적 있는가? 그럴 때 우리는 ‘기력이 소진됐다’라는 구실로 행동을 정당화 한다. 이 말은 심리학적으로 ‘자아가 고갈됐다’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자아는 고갈되는 것일까?

1) 재현성 논란

자아고갈론은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통해 기적의 의지력 회복법을 보여주었는데, 그 회복법이란 바로 설탕 섭취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탕이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먹이자 어려운 과업을 수행할 때 자제력과 지구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을 따라 많은 콘텐츠에서 기력을 보충하는 꿀팁을 알려주거나, 중요한 일을 쌩쌩할 때 처리하라는 교훈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우마이스터의 실험은 재현성 논란에 빠졌다. 그의 실험을 다시 시도해봤는데,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아고갈론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들이 논문으로 발행되지 못했다는 ‘발행 편향’까지 포착되었다.

2) 문제는 머릿속에 있다

그렇다면 자아고갈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마 연구 결과는 진짜였지만, 당시 연구자들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 듯보인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자아고갈을 연구할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 요인은 음료 속 설탕이 아니라 머릿속 생각이었다. 자아고갈 징후는 의지력이 유한한 자원이라고 믿는 참가자에게서만 나타났다. 참가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건 레모네이드 속 설탕이 아니라 그 효력에 대한 믿음이었다. 의지력이 유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아고갈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이 말에 의지력을 높이는 핵심이 담겨 있다. 즉, 당신이 ‘의지력에는 한계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아고갈을 피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의지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당신의 의지력은 고갈될 것이다. 문제는 머릿속에 있었다.

3) 감정을 관리하듯 의지력을 관리하라

우리는 자아고갈이 생물학적인 한계가 아니라 머릿속 생각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버틸 수 있음에도 자아고갈을 핑계로 포기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고갈을 패배주의적 사고의 좋은 핑계거리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인즐릭트는 의지력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의지력이 유한한 자원이 아니라 감정과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기쁨이나 분노가 고갈되지 않는 것처럼 의지력도 고갈되지 않고 단지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느낌을 받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감정을 관리하듯 의지력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자제력이 생기고 나쁜 기분을 참고 견디는 요령이 생긴다. 그런 요령을 의지력에도 적용해보자. 기력이 소진돼 그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의욕이 떨어진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더 생산적이고 건전한 태도다.

4) 의지력을 높이는 2가지 방법

첫째, 자신의 저항력이 높다고 생각하라. 담배나 술에 빠진 사람들을 실험했을 때, 자신의 저항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날 확률이 더 높았다. 스스로 자제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자제력이 약해진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내가 모자라서 실패했다고 자책할 게 아니라 다정한 말로 자신을 위로해야 한다.

둘째, 자신을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자리를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은 실패가 만드는 스트레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 실패나 결점을 마주했을 때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다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 방법의 핵심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책감이란 독소를 빨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자책감을 몰아내고 자기 위로를 받아들이자. 그러면 당신의 의지력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