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교무실에서 난리를 피웠다는 제목 때문에 흔한 치맛바람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2가지 측면에서 놀랐다. 하나는 글쓴이가 어린 나이에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고, 또한 이를 글로 전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저 부끄럽게만 느낄 수도 있는데, 그 상황에서 엄마의 성격도 감안하고, 상황이 벌어진 맥락까지 파악했다. 게다가 독자가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담아냈다.
다음으로 이 이야기가 ‘옳게 된 치맛바람’이라는 점에 놀랐다. 일부 댓글에는 학부모가 너무 과민반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위 댓글에도 언급했듯이 우리에게는 비슷한 사례가 참사로 이어진 아픈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부모가 처음부터 소리 지르고 난리 피운 것도 아니었다. “비상벨이 고장 나서 가끔 저렇게 울린다”라는 교감 선생님의 답변은 화를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어이없고 무책임했다. 무턱대고 화부터 내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는 분노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분노를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만, 분노가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현자들이 분노의 긍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가 당연히 노여워해야 할 일에 대해, 또 당연히 노여워할 사람들에 대해, 적당히 노여워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필요한 곳에 분노하고, 또 투쟁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지만, 그 평화는 투쟁으로 달성된다.”
– 루돌프 폰 예링
“합당한 것도 아닌데 겁을 내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다.”
– 헤르만 헤세
“힘 있는 자들의 선심 쓰는 듯한 평등에 분노하라.”
– 몽테뉴
“가난을 피하고자 노예가 되어야 하는 사회는 용서하지 마라.”
– 루소
현자들은 분노에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노해야 용기가 생기고, 용기가 있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이때 뿜어내는 분노는 뜨거운 분노가 아니라 정당하고 냉철한 분노여야 한다는 점이다. 차가운 분노여야 한다. 나아가 그 바탕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나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분노하는 걸 넘어 타인의 안전과 정의를 위해 분노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따뜻한 이타심을 바탕으로 뿜어낸 분노에는 정당성이 담긴다.
입학 일주일 만에 교무실을 뒤집어 놓은 어머니의 행동은 단지 자기 자식만 생각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자식 걱정만 했다면 “다음에 비상벨이 울리면 화장실 간다 그러고 너만 조용히 나와”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기 자식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까지 감수하면서 공식적으로 분노했다. 그래서 옳게 된 치맛바람이고,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글을 쓴 학생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은 이런 어머니로부터 배운 게 아닐까 싶다.
참고 : 입학 일주일만에 엄마가 오늘 교무실 엎었음.. ㄷㄷ 전학갈듯 도와줘,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