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라는 말을 넘어 정보 과잉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정보의 양만 많아졌다면 굳이 ‘과잉’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용한 정보가 아닌 쓸모없고 거짓된 정보가 넘치고 있으니 부정적인 표현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나마 예전에는 루머나 근거 없는 낭설이 나오더라도 익명 뒤에 숨어서 이루어졌는데, 요즘에는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내용을 다뤄서 조회수가 나오면 많은 돈을 번다. 그래서 전문가인 ‘척’하며 루머를 사실처럼 말하고 돈을 챙긴다.
그럼 수많은 유튜버, 블로거, SNS 스타 중에서 진짜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근거 없는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을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까? 다음 3가지 특징을 유념해서 살펴보길 바란다. 이런 특징들을 보인다면 전문가인 척하는 가짜일 확률이 높다.
1) 근거를 무시한다
시난 아랄 MI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나 빨리 퍼진다고 한다. 그는 그 이유로 “인간의 주의력은 새로운 것에 끌리는데, 가짜 뉴스는 상당수가 새롭다고 느껴진다. 가짜 뉴스의 새로움은 대부분 놀라움과 분노로 이어진다. 새 정보를 알리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사회적 우위를 획득한다. 그래서 자꾸 공유된다.”라고 말했다. 즉,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재밌고, 짜릿하고, 공유하고 싶다.
그럼 이런 가짜들을 어떻게 판별해야 할까? 가짜 뉴스는 근거를 설명하지 않는다. 당연히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실하면 조작된 근거라도 가져오지 대부분 뇌피셜 수준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 반면 진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해도 근거를 제시한다. 근거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쏟아부은 노력이 아깝기 때문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근거 없이 가짜 결론만 팍팍 제시하는 가짜들이 더 주목받는 경향도 있다. 이들을 거르고 싶다면 조금 지겹더라도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는지 따져보도록 하자.
2) 데이터를 무시한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는 통계 자료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언급하고자 가져왔다. 예를 들어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라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런 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를 통해 백신과 자폐증의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알아내고, 그다음에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는 작용 원리까지 알아낸다면 더욱더 좋다.
하지만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지는 작용 원리도 설명할 수 없다. 종종 관련 증거라는 것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조작된 것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결론을 정해 놓고 데이터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데이터를 결론에 끼워 맞추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골라서 가져오게 된다. 근거를 가지고 과학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증 편향에 빠진 채 전문가인 척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이런 태도에 관하여 토머스 헉슬리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내가 할 일은 내 염원들이 사실에 순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지, 사실을 비틀어 나의 염원과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3) 피드백을 무시한다
사이비 과학을 구별하는데 아주 유용한 개념으로 ‘반증가능성’이라는 게 있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은 반증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성격 검사를 생각해보자. 이 성격 검사에는 문제가 있는데, 같은 사람이 하더라도 매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번 달라지는 결과는 ‘이 테스트가 불확실하다’라는 반대 증거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성격 검사를 진행하는 쪽에서는 ‘참가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나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따지면 성격 검사는 절대, 네버, 100% 확률로 틀릴 리가 없다. 즉 반증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사이비라는 말이다.
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은 반증이 등장하면, 물론 당황하겠지만, 이를 수용하고 다시 연구에 돌입한다. 반면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은 반증이 등장하면 이를 무시하거나, 말도 안 되는 변명(심리 상태나 환경)을 들이대며 합리화한다. 어릴 적 봤던 만화 대사대로다.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있어) 변명은 죄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고
1) 책 <심리학의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