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커플 싸움 시키는 방법?

 

 

왜 똑같은 말에 남자는 좋아하고, 여자는 기분 나빠 하는 걸까? 그것은 남녀가 생각하는 매력의 무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여자들은 남자를 평가할 때 그의 능력을 본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외모를 많이 본다. 따라서 남자의 매력 무기는 능력이 되고, 여자의 매력 무기는 외모가 된다. 그런데 외모만 보고 ‘OO가 아깝네’라고 말하면 상대의 수준에 비해 외모가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외모가 부족하다는 말이 남자에게는 별 타격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매력의 무기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올바른’ 일이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겠다. 일단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지가 뭔데 따지고 드는 걸까? 게다가 여자들이 전부 다 남자 능력만 밝히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남자들이 전부 여자 외모만 밝히는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도 있다. 속물처럼 능력과 외모만 밝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적당한 수준만 따질 뿐 그보다는 성격이나 됨됨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프레임은 명백히 구닥다리다. 그것이 문명 이전의 원시시대부터 유전자(gene)에 뿌리박힌 생존본능이든, 문명 이후의 가부장적 문화(meme)로부터 이어진 관습이든, 오늘날 불필요한 구닥다리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닥다리 관념이 여전히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거의 본능적인 수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고급차가 지나가면 고개가 돌아가고, 늘씬한 미녀가 지나가면 눈알이 돌아간다. 우리가 이에 저항하는 방법은 이런 인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그런 속물적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중요한 판단,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결정할 때 끼어들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구닥다리 인식’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어떻게? 윗글과 반대로 하면 된다. 커플을 보면 “여자가 아깝네”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이 말을 듣는 남자는 자기가 능력 있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여자는 자기 외모가 뛰어나다고 생각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기를 보면 성별 따지기 전에 먼저 “따님이 참 고우시네요”라고 칭찬하면 된다. 그러면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상관하지 않고 부모의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부의 심리학’이라고 말한다. 흔히 아부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데, 아부에서 한 가지 요소만 제외하면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바로 대가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아부는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 “아부인 걸 알면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아부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상대가 대가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가가 없으면 기분 나쁠 일도 없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순백의 마음을 가졌는지, 시커먼 흑심을 품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책 <설득의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실험에 따르면 그런 걱정도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첫째,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만 해준 사람을 제일 좋아했다. 둘째, 긍정적인 말을 해준 사람이 뭔가 얻어낼 것이 있어 아부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사람들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다. 셋째, 칭찬 내용이 꼭 사실일 필요가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아부꾼을 좋아했다. 그러니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좋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더 좋다. 그런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끊이지 않는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앞서 말한 구닥다리 관념까지 활용해보면 어떨까? 남자에게는 이렇게 칭찬하라. “와~ 능력 좋으시네요~” 여자에게는 이렇게 칭찬하라. “너~무 아름다우시다~” 우리는 이게 구닥다리 관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상관없다. 이성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가 없는 아부를 남발하며 살자.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오늘도 아름다우시네~’라고 말하자. 회사에 가면 동료에게 ‘능력자 오셨는가?’라고 인사하자. 작은 일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역시 최고’를 남발하자. 처세술 별거 없다. 아부만 뿌리고 다녀도 당신은 사회생활 만렙을 달성할 수 있다.

 

참고
1) 남자가 아깝네 vs 여자가 아깝네, 웃긴대학
2) 책 <설득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