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인 줄 알았는데 속고 살았던 것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동화가 아니었다. 원래 이솝우화라고 한다. 원본에서는 배경이 연못이 아니라 강이고, 도끼를 주는 사람도 산신령이 아니라 그리스신 헤르메스(머큐리)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연못과 산신령으로 변형되어 완벽하게 현지화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줄 아는 사람도 다수다. (그게 접니다) 위 삽화는 1911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동화책에 실린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는 1900년대 초반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1906년과 1907년에 간행된 초등소학책에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산신령이나 신이 아니고 그냥 노인이라고 나온다. 그러다 결말부에서 알고보니 임금이었다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조합되어 나오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패러디 되며 오늘날에도 인터넷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금도끼 은도끼는 가장 완벽한 현지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금도끼 은도끼는 이야기의 뼈대와 교훈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배경이나 인물 등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나라에 맞게 바꾸었다. 이런 게 바로 창의력이다. 모든 걸 바꾸는 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지화하다가 이야기의 교훈까지 달라졌다면, 지금처럼 금도끼 은도끼가 널리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핵심을 지키면서 익숙함을 포용하는 것.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이러한 지점을 창의력이 폭발하는 ‘스위트 스폿’이라고 말한다. 금도끼 은도끼는 그 ‘스폿’을 제대로 노린 작품이었다.

 

참고 : 처음에 알고 놀랐던 전래 동화,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