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이 답이 없는 이유

 

<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0.1%의 자식 교육을 소재로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러한 관심은 제작진의 의도와 정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드라마 방영 후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는 학부모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액 컨설팅의 존재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입시 로드맵을 그리는 학원은 존재한다고 한다. 드라마는 비뚤어진 사교육을 고발하고자 했지만, 그 결과는 더 많은 사교육 열풍으로 돌아왔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대한민국은 SKY 캐슬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까? 드라마에서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영재’는 부모의 손에 합격증을 쥐어준 다음 날, 돌연 잠적한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의대 인턴까지 끝낸 아들이 엄마한테 공중전화로 전화해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이제 인연을 더 이상 이어나가고 싶지 않다. 나를 찾지 말라.”라고 말하며 사라졌다고 한다. 일부 특이한 사례일까? 대한민국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꼴지 수준이다. 아이들은 문자 그대로 공부에 질식하고 있다. 

 

 

그래도 대학만 나오면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최근 취업 시장 최대 화두는 공채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시장이 변하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연 2회 실시하는 공채 제도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가 힘들다. 주요 대기업들이 공채를 폐지하고 있다. 공채 폐지는 자연스럽게 대학 간판을 붕괴시킨다. 다수의 인원을 뽑을 때는 사정상 학벌이나 스펙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수시채용이 일반화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제 대학 간판보다 실력이나 경력이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된다.

 

 

미래를 내다보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된다. 단순 반복 노동 이야기가 아니다. 의사 같은 전문직이 더 위험하다. 최근 의대에서는 영상의학과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2년 안에 영상 판독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영상의학과 졸업생을 배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시험 잘 봐서 의사가 된다고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SKY 캐슬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이 <후츠파>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뻔뻔함, 철면피, 무례함을 뜻하는 말이다. 또한 담대함, 도전정신을 뜻하기도 한다.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며,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게 하는 마인드다. 책 <후츠파>는 이러한 정신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었는지 알려준다. 

 

 

<후츠파>에서 가장 인상적인, 아니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이스라엘 유치원의 놀이터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아이들을 쓰레기 더미에서 키운다. 위험하지 않냐고? 위험하다. 하지만 인생이란 어차피 위험 투성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적당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마치 바이러스를 만나 우리 몸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위기 관리 능력을 배우게 한다.

 

협동심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혼자서 처리하기 힘든 무거운 물건도 만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는 정답이 없기에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미 완성된 장난감은 정해진대로 놀아야 할 것 같다. 로보트는 변신해야 하고, 인형은 머리를 빗어줘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는 머리를 빗어주는 로보트가 될 수도 있고, 변신하는 인형이 될 수도 있다. 창의력의 원천이다.

 

이 모든 놀이를 아이들은 스스로 한다. 이스라엘의 놀이터에는 규칙이 없다. 쓰레기 더미에서 하고 싶은 대로 놀아도 된다. 미끄럼틀을 순서대로 타지도 않는다. 심지어 거꾸로 올라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무한한 가능성을 마음껏 만끽할 때 아이들은 자율성과 독립심을 키우게 된다. 

 

 

공채의 종말, 대학의 붕괴, 인공지능의 출현까지. 미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던 엘리트 코스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의 시대는 끝났다. 대신 여러 분야에 능통하고, 통합적 사고를 갖추며, 각 분야를 하나로 이어주는 사람, 즉 ‘커넥팅 닷’을 해내는 스티브 잡스형 인재가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폴리매스’라고 부른다. 

 

폴리매스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핵심은 무엇일까? 폴리매스가 되려면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진짜 공부는 스스로 연구하고, 탐색하며, 발견하고, 개발하는 능력이다. 어린 시절 게임 공략집을 뚫어져라 읽던 기억이 있는가? 좋아하는 가수의 프로필을 달달 외우던 시절이 있는가? 공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 자율성과 독립심을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권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척하는 것, 즉 진짜 공부의 핵심은 ‘후츠파 정신’에 있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20년 전에도 지금과 별 차이가 없었다. 언론에서는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 ‘전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교육 방식이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한다. 자율성의 힘을 알려주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으니 자기 주도 학습을 내세우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주도 학습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자기 주도 학습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공부 때문에 불행한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있을까? 수련회는 물론이고 입사 면접까지 부모가 따라온다는데 무슨 얼어죽을 자기 주도 학습인가? 요즘 청년들이 공무원만 바라본다며, 도전 정신이 없다고 뭐라 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평생 시험 잘 보는 법만 배웠는데, 당연히 시험에 도전하는 게 타당한 결론 아닐까? 지금처럼 가르쳐서는 100년이 지나도 자기 주도 학습은 이룰 수 없다. 도전 정신은 환상 속에나 있을 것이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도전 정신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탐험할 줄 알아야 한다. 진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시험만 잘 보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진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후츠파>는 그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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