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합격자의 후회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요.”

 

 

 

 

 

 

근래 공무원은 최고 인기 직종이 되었다. 2020년에는 8·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24만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경쟁률은 10.4대 1. 사회적 인식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결혼 시장에서 엄청 인기다. 왜 그럴까? 취업 상황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채가 사라지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도 어려워졌고, 그렇게 취업한다 해도 정년을 보장해주는 곳이 없다. 이직과 경력 단절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말이 들려오니 안정성 높은 공무원이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원래 만족도가 그리 높은 직종이 아니다. 솔직히 안정성과 연금 보고 택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이 되어서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겠다거나, 많은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상하고 발전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국 무기력하게 축 처진 상태로 흔히 말하는 ‘불친절한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어떤 공무원 강사는 공무원이 되어서 지역 주민을 돕겠다는 소신이 없다면 공무원에 도전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만족도가 낮은데 여기에 치열한 경쟁률까지 더해진다. 힘들게 합격하고 나서 갑갑한 현실을 마주하니 의욕이 더 떨어진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쟁률’에는 함정이 있다. 원래 사람 뽑는 입장에서는 경쟁률이 심하면 좋다. 그만큼 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서는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사실상 공무원 시험은 더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 장치가 아니다. 덜 능력 있는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장치다. 생각해보자.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내용을 공무원이 되고 나서 활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공채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지원자는 많고 뽑을 사람을 적으니 떨어뜨려야 한다. 결국, 시험 잘 보는 법만 따지게 된다.

 

그렇게 떨어뜨리려고 만든 시험에 10대 1의 경쟁률로 달라붙으니, 실제 업무나 인생에 아무 쓸모도 없는 공부를 몇 년씩이나 해야 한다. 인풋 대비 아웃풋 최악이다. 그 노력으로 다른 걸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만하다. 솔직히 좋은 대학 나오고, 머리 좋고, 젊은 친구들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달려드는 건 국가적 차원에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인재라면 보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분야에서 뛰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왜 합격하고 나서야 “그 노력으로 다른 걸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는 걸까? 이는 교육의 문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 내내 대학 입학만 바라보며 공부한다. 대학에 들어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위해 공부하지 정말 학문에 뜻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그리고는 나머지 열정을 스펙을 쌓기 위해 소비한다. 진짜 실력을 기르는 진짜 공부가 없다.

 

 

“어린이들은 무엇을 생각할지가 아닌 어떻게 생각할지를 배워야 한다.” 책 <후츠파>에 나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대학생이 되어도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고민할 틈이 없다. 그저 시험 잘 보는 것만 배운다. 평생 배운 게 시험 잘 보는 법이니, 진짜 실력을 따지는 게 아니라 시험 잘 보는 능력을 따지는 공무원 시험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당연하다. 나는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몰려드는 청년들을 두고 “도전 정신이 없다.”라며 비판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도전 정신을 가르쳐주기는 했나? 오히려 도전 정신을 가진 아이들에게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며 시험 잘 보는 법을 강요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공무원 과열 현상에는 대한민국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물론 미래가 불안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안정하다는 말은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안정성만 바라보며 무의미한 시험에 역량을 낭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 시험 잘 보는 법이나 스펙 쌓기가 아니라 진짜 실력을 기르는 진짜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려면 담대함, 도전정신, 탐험정신, 독립심 같은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런 태도를 ‘후츠파’라고 부른다. 우리 교육이 달라지려면, 나아가 국가 역량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후츠파 정신을 알아야만 한다.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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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공시 합격자 : 공무원 준비 한 시간이 아까워요.jpg, 더쿠
2) 책 <후츠파>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