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직장에서 ‘일을 잘한다’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직장 즉, 회사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척척 수행하는 것 말고도 이익 창출과 상관없이 회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또한 ‘일을 잘한다’에 포함되니까 말이다. 회사 사람들도 사람들 나름이라고 특히 상사와의 관계가 원만해야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공식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상사도 역시 부하 직원들에게 평판이 좋아야하는 건 당연지사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한 직장인(편의상 A라고 칭함)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요컨대 내용은 다음과 같다.
A씨가 다니던 회사에 새로운 팀장이 왔다. 그런데 자신과 잘 맞지 않았던 도중 함께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A가 회사차를 운전했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자동 속도 조절 장치(크루즈 컨트롤)를 켰다. 그런데 팀장이 A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직장 상사 태우고 지금 뭐하는 거예요, 상사를 태웠으면 직접 운전을 해야죠. 기본 예절이 없어요?”
그리고 팀장은 돌아오는 내내 잔소리를 해댔다. A는 억울한 마음에 사직서를 던지겠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후 A는 커뮤니티에 후기를 남겼는데, 회사를 나가겠다는 마음은 누그러졌다. 팀장 위의 직속 상사인 ‘차장’의 중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장은 차량의 자동 속도 조절 장치도 자칫하면 사고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역정을 낸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A의 회사에 온 지 얼마 안된 팀장은 부하직원인 A가 업무를 주도하는 것이 썩 내키지가 않았던 것이다. 보고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 자신이, 부하직원의 일정에 동행만 하고 부하직원의 진행 상황을 지켜만 보는 것이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이 사연을 읽으면서, 새 회사로 이직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사라면 먼저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까 고민을 해보았다. 직급이야 ‘팀장’이니 오자마자 그동안 회사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를 받는 것이 먼저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에겐 새로운 팀원이지만 회사 입사 순으론 선임인 부하직원이 그동안 해왔던 일을 지켜보는 것이 먼저일까.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팀원이 해왔던 일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부족한 지, 그동안 자신이 쌓은 역량을 어떻게 부하직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분명 팀장급의 경력이라면 부하직원이 주도로 하는 업무이고 본인에게는 다소 낯설지라도 그만의 업무처리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A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한 수’를 몸소 보여줬다면, A가 커뮤니티에 쓴 글은 다른 내용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쪼록 차장의 중재로 A의 분노도 누그러진만큼, 다시 ‘팀장’으로서 최고의 팀을 만드는 데 서로 협력하길 바란다.
참고 <우리 회사 신임 팀장(feat. 신종꼰대), 후기>, 웃긴대학(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