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국왕이 연회를 열었는데, 나라의 미인들이 전부 초대를 받았지. 그런데 국왕의 호위 병사가 공주가 지나가는 걸 보았어. 미인 중 공주가 제일 예뻤고 병사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하지만 공주와 일개 병사 사이에는 엄청난 신분 차이가 있었지.
어느 날 드디어 병사는 공주에게 말을 걸었어. 공주 없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이야. 공주는 병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일 밤낮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대에게 시집을 가겠어요.” 그러자 병사는 쏜살같이 가서 기다렸지. 하루, 이틀…
그리고 10일, 20일이 지났지. 매일 밤 공주는 줄곧 지켜봤는데, 병사는 꿈쩍도 안 했어!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변함이 없었지. 새가 그의 머리에 똥을 싸도, 벌한테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그리고 90일이 지나자 그 병사는… 수척해지고 창백해졌어. 눈물만 흘릴 뿐이었지. 눈물을 억제할 힘도 잠을 잘 힘도 없었던 거야. 공주는 줄곧 지켜보았어.
드디어 99일째 밤. 병사는 일어서서 의자를 들고 떠나 버렸어.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해준 이야기다. 토토가 왜 마지막 밤에 떠났냐고 묻자, 알프레도는 자신도 이유를 모른다며, 이유를 알게 되면 자기에게도 알려달라고 했다. 훗날 토토는 그 이유를 이렇게 답한다. “공주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거예요. 애당초 말이 안 됐어요. 못 오를 나무를 바라봤죠. 하지만 병사는 99일 동안 환상을 갖고 행복하게 견딜 수 있었어요.”
어렸을 때는 병사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만, 단 하루만 더 참으면 됐는데, 왜 떠나갔을까? 그때 나는 병사가 바보라고 생각했다. 토토의 답변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용기 없고, 비관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99일 동안 환상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 나는 병사와 토토가 9번 찍고 포기해버린 패배자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어설프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식이 생기자 병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왕과 공주가 존재하던 시절에 신분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설령 공주가 병사를 받아들이더라도, 두 사람이 결혼하려면 국왕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당연히 허락해줄 리 없다. 게다가 당시 공주라는 신분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었다. 거의 모든 결혼은 정략적으로 이루어지고, 아마 공주도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를 왕국의 얼굴도 모르는 왕자와 결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신분 차이가 없다.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나이도 초월하고, 국경도 초월한다. 사랑에 걸림돌이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럼 100일 동안 기다리면 될까? 열 번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니다. 오늘날에도 병사는 공주와 맺어질 수 없다. 99일 기다려봤자 의자를 들고 떠나야 하는 건 똑같다. 나는 그 이유를 수백번 차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잠깐 눈물 좀 닦고…)
세상에 많은 성공 법칙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제대로 꾸준히(졸꾸)’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꾸준히 하면 못 이룰 게 없다. 물론 운의 영향이 있기에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두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해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졸꾸했다. 그래서 세상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태도가 전부고 습관이 삶이다. 졸꾸하면 해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졸꾸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사람 마음이다.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된다. 제대로 꾸준히 노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는 데 별수 있나? 차여야지. 그러면 무언가 깨닫고 전략을 바꿔야 하는데, 어리석게도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열심히 구애하고, 노력하고 또 차인다. 뻥뻥.
그럼 도대체 잘만 연애하는 놈들은 뭐가 다를까? 생긴 것부터 다르다. 잘생기고 예쁘면 잘만 사귀더라. 그러하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억울해도 별수 없다.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랴! 원망하고 싶다면 부모님을 원망해라… 라고 말한다면 성급한 결론이다. 잘생기고 예쁘지 않아도 잘만 사귀는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지독하게 못생겨도 연애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매력이 넘친다. 외모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일 수 있다. 목소리가 좋거나, 말투가 사랑스럽거나, 유머 감각이 좋거나 혹은 돈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JYP 박진영을 보라. 난 그렇게 생긴 사람이 ‘섹시남’ 소리를 들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조차도 박진영이 섹시해 보인다. 매력 요소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매력을 갖춘 사람은 어딜 가도 사랑받는다. 고백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백받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잘만 연애한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런 매력이 없었다. 그러니까 고백 한 번 못 받고, 허구한 날 축구공처럼 차이고 다녔겠지.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력을 기르면 안 되나? 나의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보면 매력을 키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목소리도 훈련으로 바꿀 수 있고, 말투나 행동도 교정이 가능하다. 유머 감각은 돈 주고 배우기도 한다. 섹시함? 세상에 운동만큼 정직한 게 없다. 제대로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사람 마음을 돌리는 게 더 어렵다. 마음에 안 들면 끝이다. 100일 동안 기다려도, 10번을 찍어도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매력을 기르는 게 쉽다. 내가 매력남이 되어서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게 낫다. 이것은 최소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연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커리어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아무리 자소서를 열심히 써도, 당신의 실력과 스펙이 부족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스펙은 세탁이 가능하고 (게다가 요즘에는 스펙의 한계를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력은 키울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다면? 그때는 취업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난리가 난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당신의 실력을 눈에 보이는 자료로 차곡차곡 쌓아놓자)
연애도 인생도 잘 풀리고 싶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잘해주는 게 아니다. 잘해줘 봤자 사람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성장하는 것이다. 매력을 기르고, 실력을 키워라. 고백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고백받는 사람이 되자. 입사지원서를 내는 게 아니라 헤드헌팅 당하는 사람이 되자. 사랑 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 이것이 바로 연애도 인생도 잘 풀리는 방법이다.
그럼 나의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때로는 뻔뻔해지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음 영상을 참고하길 바란다.
참고 : 영화 <시네마 천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