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맛집의 당연한(?) 성공 비결

 

TV를 즐겨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외식 사업가 백종원이 나서 골목식당을 살리기 위한 솔루션을 펼친다. 기본적으로는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방송을 보면 웬만한 교육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경영 현장에서 필요한 실천적인 조언이 쏟아진다.

 

내가 <골목식당>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나 또한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아버지께서 병원 신세를 지셨고, 빈자리를 대신해 한정식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레스토랑 운영의 베테랑이셨다. 나는 주방에서 잡일을 도운 게 전부였다. 서빙 한번 해본 적 없는 초짜 중의 초짜였다. 그런 나도 막상 일이 닥치니 해내야 했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여러 가지로 도와주셨지만, 솔직히 너무 막막했다. 심지어 홀에는 직원조차 없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었다. 가끔 동생이 원조를 와야 했다. 너무 힘들었다. 일과를 마치면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자 슬슬 개선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분명 가게 운영의 베테랑이셨다. 최소 인원으로 한정식이라는 고급 메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셨다. 하지만 관성대로 가게를 운영하셨다. 개선점이 눈에 보였지만, 조금 불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냥 가게를 운영하셨다. 낡은 소품이 많았지만, 새로 구매하기 비싸다며 그대로 사용하셨다. (물론 청결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나는 그 모든 낡은 것들을 청산하기로 했다.

 

우리 가게는 홈페이지도 없었다. 예약은 모두 전화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그건 누가 봐도 오버였다. 가게와 메뉴를 소개하는 정도의 홈페이지라면 내가 만들 수 있어 보였다. 내가 웹페이지를 만들 실력은 없었지만, 블로그 정도는 꾸밀 줄 알았다. 깔끔한 소개만 갖추기로 하고 홈페이지 제작에 나섰다. 정말 고된 일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가게에 나가 밤 11시가 되어 들어와야 했다. 그렇게 집에 오면 바로 홈페이지 제작에 들어갔다. 새벽까지 작업하고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 출근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짬짬이 소품 구매도 진행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시장을 돌며 싼값의 비슷한 물건을 찾아다녔다. 주방 직원들이 휴식하는 시간에도 쉬지도 않고 물건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품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구할 수 있었다. 그 물건을 가게 규격에 맞게 자르고 정비하는 일도 혼자서 했다. 하루 내내 10분도 쉬지 않았다. 괜히 온몸이 땀에 젖은 게 아니었다. 가게를 개선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했을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나만 생각했다. 고객. 맛에는 자신 있었다. 청결에도 자신 있었다.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을 아들에게도 똑같이 주는 곳이 우리 식당이었다. 여기에 좋은 서비스까지 더해야 고객이 만족한다. 고객이 만족하면 단골로 돌아온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된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해냈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당시 나의 고생을 두고 생고생한다고 얕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골목식당>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돈가스 장인이라 불리는 ‘포방터 돈가스집’ 사장님의 말씀이었다.

 

 

“포방터 돈가스의 비법은 솔직히 기술도 아니에요. 그냥 제 몸이 피곤하면 돼요. 내 몸이 피곤해야지, 내 몸이 고단해야지 손님 입이 즐거워져요. 내가 편하면 손님 입이 불쾌해지죠.”

 

위 말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 돈가스 장인의 비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고객을 만족하는 최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으며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작년 말에 가게를 폐업하는 바람에 그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로 돌아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당시에 홈페이지를 보고 예약 전화를 거는 경우가 쏠쏠하게 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의 태도 만큼은 진짜였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포방터 사장님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이 교훈이 단지 음식점에만 해당하는 걸까? 글쓰기에서도 통한다. 나는 독서 모임 <씽큐베이션>에서 ‘잘 팔리는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널리 퍼지는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마케팅 서적을 읽고 서로 토론한다. ‘잘 팔리는 글쓰기’는 단지 조회수 높은 글을 추구하진 않는다. 조회수를 높이려고 독자를 속이는 낚시글은 구독자를 감소시키는 어리석은 짓이다. 좋은 글은 기본이다. 그 좋은 글이 묻히지 않고 널리 퍼질 수 있는 전략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철학이 바로 ‘독자’다. 모든 것의 중심에 독자를 두면 자연스럽게 잘 팔리는 글을 쓸 수 있다. 독자가 읽기 쉽도록 폰트와 레이아웃을 꾸민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독자가 파악하기 쉽도록 글의 요지를 분명히 한다. 독자가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로운 스토리를 추가한다. 독자. 독자. 독자. ‘잘 팔리는 글쓰기’의 모든 노력은 독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냥 글만 쓰는 것보다 훨씬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 고된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독자를 위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게 잘 팔리는 유일한 비법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모든 일에서도 ‘포방터 돈가스집’ 비법이 통한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꾸준히’ 해야 한다. 나아가 ‘임계점’을 돌파해야 한다. 그래야 피나는 노력 끝에서 ‘실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노력의 정도가 얼마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저 노력이라고 말하면 그게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으니까. 그런데 내가 실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면서 ‘노력의 느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성장하고 싶으면 내 몸이 고단해야 해요. 실력의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임계점을 돌파할 수 있어요. 편안함을 벗어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어요.”

 

내가 느꼈던 ‘노력’이란 고단함이었다. 내 몸이 편할 때는 성장의 정도가 미미했다. “힘들다. 빡세다.” 소리가 나올수록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자 오히려 고단함을 즐기게 되었다. 스트레스에서 힘을 얻었다. 태도가 바뀌자 삶이 바뀌었다. 나는 오늘도 즐거운 고단함 속에서 어제보다 1%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다. 편안함 속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 컴포트 존(comfort zone)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단해야 한다. 이것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꿈을 이루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