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받았는데 서운해요

 

 

 

솔직히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요즘 프로포즈는 이미 결혼이 정해진 다음에 의식처럼 치르는 일이 되었다. 그런 일에 비싼 돈을 들여가며 유난을 떠는 건 허례허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SNS에 올려 타인에게 뽐내려 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그럼 프로포즈는 완전히 무의미한 일일까? 책 <순간의 힘>에서는 절정-대미의 법칙이 등장한다. 사람은 경험을 평가할 때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대신 2개의 순간을 기억한다. 절정(최고 또는 최악)과 마지막이다. 그래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싶다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몇몇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로포즈는 이런 ‘환상적 순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일이다.

 

결혼 생활은 짧지 않다. 별 탈 없는 한 40년, 50년까지 이어진다. 그 긴 시간을 평가할 때도 절정-대미의 법칙은 작동한다. 즉, 최고의 순간을 선사함으로써 전체 결혼 생활을 전혀 다르게 평가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번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거나 질려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다. 절정의 순간을 만들 기회가 있을 때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 훨씬 지혜로운 일이다.

 

그래서 프로포즈뿐만 아니라 각종 기념일을 챙기는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통과의례,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부담스러운 일이 되면 차라리 안 챙기느니만 못하다. 기념일을 거창하게 보내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이 이런 생각을 낳는다. 대신 기념일을 평생에 걸쳐 행복을 선사하는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한 번의 순간이 평생 간다. 못해도 몇년은 간다. 그런 기억을 선사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어떨까?

 

이러면 모든 기념일에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걸 알게 된다. 결정적 순간은 의외의 순간이기도 하다. 모든 생일을 칠순 잔치처럼 화려하게 보내면 정작 칠순 잔치가 시큰둥해질 거다. (70번이면 지겨울만 하지…) 그러니 의외의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몇몇 기회를 포착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프로포즈는 그러한 결정적 순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벤트다. 그 기회를 환상적으로 꾸며낸다면 평생에 걸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다.

 

덧. 여기서 핵심은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데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야 좋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센스와 타이밍이다. 개인적으로 손편지는 꼭 쓰라고 말하고 싶다. 값이 싸서 추천하는 게 아니라(…) 손편지만큼 진심을 전달하기 좋은 선물이 없기 때문이다.

 

덧2.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을 선물 받았을 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다.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선물 받는 사람의 감동 어린 표정만큼 큰 선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준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듬뿍 표현하도록 하자. 그런 마음이 사랑을 오래 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참고 : 프로포즈받았는데 서운해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