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형돈이 모든 강연을 거절한 이유

 

 

원래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위 발언을 보고 똑똑한 걸 넘어 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형돈은 안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공자가 말하길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개그맨을 꿈꾼다면 조언을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는 개뿔 아는 것도 없는데…” 정형돈의 이 말에 공자의 가르침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솔직히 정형돈 정도면 어디 가서 강연해도 꿇릴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언으로서도 정점을 찍었고, 이후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며 MC로서도 탑급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자기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이고 누가 봐도 인정하는 ‘성공한 사람’. 정형돈은 그럼에도 겸손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엄격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나를 아는 것이고, 다른 말로 메타인지라고 한다.

 

메타인지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특히 조언을 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이다. 어떤 분야를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 데 과연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에 조언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모르면서 조언한다면 그것은 꼰대짓보다도 위험할 수 있다. 그나마 꼰대는 개뿔이라도 아는 게 있지, 개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조언하다가는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형돈의 발언을 곱씹으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나는 남에게 조언할 정도로 잘 아는 분야가 있을까? 내 조언 덕분에 누군가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앎이란 겸손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이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좀 안다고 느낌이 든다면, 그거야말로 어설프게 아는 거라는 신호가 아닐까?

 

참고 : 힐링캠프,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