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국가는 누가 뭐래도 미국이다. 그냥 강대국이 아니다. 초강대국이다. GDP를 보면 2위와의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군사력에서는 미국 vs 세계 연합군이 붙어도 미국이 이긴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럼 미국이 세계 최강 국가이니, 미국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일까? 이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뼈를 때리는 팩폭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는 최근작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에서 전직 미군이었던 한 남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이 절대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걸 노골적인 말투로 이야기한다.
“우린 국가가 보내니까 여기저기 파병됐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다 거짓말이었던 거죠. 이 동네는 죽어갑니다. 4집 중 1집이 폐가가 됐어요.”
“우린 쓰레기나 주우면서 지도층이 뭘 하든 놔두죠. 우리 시, 우리 주, 이 나라 선출직 지도자들은 철저히 제 잇속만 챙기고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어떻게 밥을 먹는진 관심도 없죠. 전역해보니 가관이에요. 5분만 돌면 알 수 있죠. 이 동네 애들이 아프가니스탄 애들보다 상태가 안 좋아요.”
“전 국민 의료보험도 안 되어 있고, 사방에 노숙자고 중독성 진통제 남용으로 지역사회가 완전히 박살 났다고요. 작년엔 베트남전 사망자를 앞질렀을 정도인데도, 대형 제약회사와 싸우지 않아요.”
한때는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아메리칸 드림’을 믿었지만, 이제는 미국에서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미국은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따르는 나라다. 부자가 될 기회가 많은 나라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복지 수준이 빈약한 걸로도 유명하다. (마이클 무어는 전작 <식코>에서 미국의 형편 없는 의료 체계를 사정없이 깎아내린 경력이 있다)
아무리 기회가 많아도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공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하지만 제대로 된 영양 섭취도 이뤄지지 않고, 주변에 범죄자가 즐비한 환경에서 산다면 그 뜻을 펼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미국은 강대국일지언정,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럼 이런 나라를 위대한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덧. 초강대국 미국에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느 국가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항상 나온다.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개인의 노력을 폄하하면 안 된다. 시스템이 문제라고 남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발전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
1) 영화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2) 드라마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