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다.” 사실 이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구체적으로 와닿는 감흥은 없었다. 그러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하고 나서야 인공지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질적인 위협을 느낀 건 아니었다. 평소에는 바둑에 관심도 없었고, 내가 바둑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다음 물건을 보고서는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는 다 잘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나도 이곳에서 일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기계들이 어딘가 얄밉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얄미운 걸 넘어서 꼴 뵈기 싫어질 정도가 되었다. 무인주문시스템을 사용하기가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종업원하고 마주하고 있었으면 10초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무인주문시스템에서는 못해도 2~3분을 낑낑대야 한다. 주문 인터페이스가 한 마디로 구리다. 속도도 느리고, 뭐만 누르면 ‘맞습니까? 맞습니까?’라는 식으로 확인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러다 결제 순간에 신용카드를 제대로 인식 못 하거나 에러라도 나면 다시 처음부터 주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불만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전에는 양상추 추가가 무료였는데, 무인주문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양상추 추가에 금액이 부과되었다….)
가끔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무인주문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그냥 주문을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그 앞에서 낑낑대며 주변의 짜증 섞인 시선을 감내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안 좋은 경험을 갖게 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무인주문시스템을 감행한다는 것은 그런 손해를 감수할 정도로 이득이 크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태도가 야속하다기보다는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햄버거도 못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연구하겠지만, 실제 이것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혹 일부는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더라도, 새로운 문물은 아랑곳 않고 도입될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다.
어렸을 때는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어른들이 답답해 보였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느낌을 감추기가 힘들다. 이럴수록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가끔은 햄버거가 미치도록 땡기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주문을 못 해서 햄버거를 못 먹으면 나는 정말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참고 : 인스티즈, 젊은 사람들도 은근 불편해한다는 요즘 문물.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