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과 충격의 카카오 인사평가.jpg

 

 

최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 카카오의 인사 평가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안타깝지만 화제가 된 이유는 다소 부정적이다.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평가 부분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바로 옆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웬만한 강철 멘탈이라도 견디기 어려울 듯하다.

 

1) 잘나가는 팀의 조건 ‘극도의 솔직함’

 

카카오가 이러한 인사평가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뛰어난 성과를 내려면 조직에서 극도의 솔직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눈치 보느라 이런 말을 아끼면 개선이 없고, 발전도 없다.

 

실제로 이러한 극도의 솔직함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조직이 많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상대방에게 직접 말할 것’, ‘피드백을 환영할 것’, ‘실수를 인정할 것’ 등의 키워드를 앞세우며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 치열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어 냈다.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도 그런 조직 중 하나다. 네이비실은 임무나 훈련 뒤에 사후평가(AAR, After Action Review)를 실시하는데, 이때 분위기는 정말 살벌하다고 한다. 누구 하나를 콕 집어서 비판하는 건 기본이고 고성에 욕설이 오가는 일도 흔하다. 그런 살벌한 솔직함 덕분에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올라설 수 있었다.

 

2) 먼저 이루어져야 할 ‘심리적 안전’

 

하지만 ‘극도의 솔직함’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네이비실을 예로 들자면, 그들은 사후평가에서 매우 격렬하게 토론하지만, 토론이 끝나고 나면 다시 친한 동료 사이로 돌아가 맥주를 마시고 당구를 치면서 우정을 나눈다. 한마디로 뒤끝이 없다. 실수하고 잘못한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지만, 그것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것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이들이 보여주는 동료애를 다르게 말하자면 ‘심리적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조직에서 안전한가?” 그렇다고 느끼는 사람은 소속감과 동료애를 갖게 되고, 나아가 극도의 솔직함을 표현하거나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어진다. 즉, 극도의 솔직함을 제대로 끌어내려면, 먼저 직원들에게 조직에서 이탈하거나 쫓겨나지 않을 거라는 확실한 심리적 안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3) 최악의 조직문화는 무엇인가?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최악의 조직으로 마이놋 공군 기지를 예로 들었다. 마이놋 기지는 심각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조직관리가 엉망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탈은 엄정하게 취급됩니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걸로 끝이죠. 말 그대로 나쁜 놈이 되는 겁니다. 잘해보려고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곤란합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을 받고, 실수를 인정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그 사람의 평판은 그걸로 끝인 거죠.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겁먹은 강아지 같아요.”

 

카카오의 인사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솔직한 평가도 좋지만, 그 바탕에 심리적 안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솔직함은 무기가 되어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최소한 문구만이라도 온건하게 바꿨다면 모를까, ‘같이 일하기 싫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 소속감과 심리적 안전을 망가뜨리는 표현이다.

 

우리 문화가 극도의 솔직함과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더 강조하기 위해 다소 가혹해 보이는 정책을 펼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심리적 안전이 있어야 한다. 솔직해지려는 이유는 개선과 발전이지, 지적과 퇴출이 아니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그것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많은 기업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참고

1) 카카오 인사평가, pgr21 (링크)

2)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