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횟수는 전 세계에서 2번째로 적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월 1회 이하의 부부관계가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는 응답이 36.1%로, 일본의 44.6%에 이어 2등을 기록했다. 사실 월 1회 정도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예 몇 년 동안 한 번도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는 남녀가 비슷하다. 1위는 업무 스트레스. 2위는 육아.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율도 20% 가까이 된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어떤 요인이 부부관계 빈도를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에 읽었던 책 <초집중>에서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방해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스마트폰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최고의 도구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만 평균 3시간 40분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렇게 빼앗긴 시간에는 부부관계를 위한 시간도 포함돼 있다. 잠자리에 누운 뒤 메신저만 보려고 했다가 알림 확인, 이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각종 커뮤니티 순회까지 마친다. 그러고 나면 부부로서 친밀함을 나눌 시간이 1시간이 훌쩍 날아가 있다.

이렇게 살면 잠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관계 자체에 타격을 입는다. 더 많은 소통을 위해 SNS를 사용하면서, 정작 바로 옆에 누운 사람과는 일절 소통하지 않는 셈이다. <초집중>의 저자 니르 이얄은 테크노 불륜을 해소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습관은 신호 때문에 생긴다. 습관을 고치려면 신호를 없애야 한다. 그래서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거실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크노 불륜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노트북을 사용하는 꼼수를 쓰게 되었고, 그렇게 습관 형성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딴짓을 유발하는 내부 계기를 처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초집중 기법을 동원하기로 한다.

1) 내부 계기를 정복한다

딴짓의 함정을 피하는 데는 ’10분 원칙’이 효과적이다. 딴짓을 하고 싶을 때 딱 10분만 기다리면 행동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충동 타기’를 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어떤 충동이 강하게 일어날 때 그걸 밀어내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그 순간의 느낌을 의식하면서 마치 파도를 타듯이 충동을 타면 충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버티기가 한결 쉬워진다. 그래서 휴대 기기를 쓰고 싶으면 일단 10분을 기다렸고, 무심코 시간을 낭비하는 습관에 곧장 빠져들지 않을 수 있었다.

2) 계약으로 딴짓을 방해한다

노력 계약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 딴짓을 방해하는 것이다. 근처 가게에서 타이머 콘센트를 구매해 공유기를 연결한 뒤, 10시 정각에 꺼지도록 설정해두었다. 이러면 10시 이후에 인터넷을 연결해야 할 경우 책상 뒤로 수그리고 들어가 리셋 스위치를 누르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만약 깜빡하고 10시 이후에 SNS를 확인하고자 해도, 공유기가 컴퓨터를 끄고 아내를 끌어안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디지털 기기는 우리 삶을 개선하는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술의 이점만 취해야지, 그로 인해 부부 관계가 파괴된다면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게 되는 꼴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딴짓을 억제해 사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게 초집중적 사랑을 이루어낸다면 부부관계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1) 사랑의 과학 2부, EBS 다큐프라임
2) 책 <초집중>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