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이 퇴사를 결심한 이유

요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자리나 사람이 몰리는 건 아니다.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회사도 있다. 그런 곳은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 언론사에서 최근 퇴사가 이어지는 기업에 관한 기사를 다뤘는데, ‘나라도 그만두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는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A 씨(29)의 사연이 나온다. 회사 주변에 논과 밭뿐이라 심심하지만, 연봉이 2천만 원 후반대라 첫 직장치고는 괜찮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기숙사 때문이었다. 이유는 직장 상사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A 씨는 “1인 1실에서 상사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는 말에 주위 동료가 한 명, 두 명 직장을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사실 기숙사는 직원을 위한 복지시설이다. 취업 후 이사를 가야할 때, 싼값에 혹은 무료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분명 직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회사는 그 복지시설을 기피 시설로 바꿔버렸다. 퇴근하고 나서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누가 기숙사를 집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군대와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요즘 군대는 동기 생활관이라는 이름으로 일과 후 맘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장병을 배려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동기끼리 한 방을 쓰게 할 수도 있다. 도대체 상사랑 같은 방을 쓰라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다. 직원 배려가 1도 없는 결정이다. (이런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실업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심지어 20대 고용률은 통계작성 이래 최저로 추락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면, 그 회사는 ‘취업하는 게 손해’인 최악의 회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식으로 젊은 세대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고생을 팔겠다는 심보나 다름없다.

 

최고의 기업은 고객이 2위, 직원이 1위라고 말한다.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잘 나가는 기업은 직원을 위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런데 기껏 기숙사까지 지어놓고도 잘못된 결정으로 직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다면 그 회사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망하지 않는 게 용할 정도다. 세상은 워라벨과 일의 의미를 중요한 가치로 꼽고 있다.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가면 살아남을 수는 있다. 잘 나가고 싶으면 앞질러야 한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회사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참고 : “기숙사 한방을 같이 쓴다고요?”…젊은 인재들 등돌리게 하는 지방산단,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