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인이 인정하는 한국 음료

해외에 나갔을 때 제일 그리운 게 뭘까? 오래 나간다면 당연히 가족이 그립겠지만, 일주일만 나가도 몹시 그리워지는 게 있다. 바로 음식이다. 입맛이 안 맞으면 정말 고향 생각, 라면 생각이 절실해진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찾으면 얼마나 반가울까? 한 방송에서 그런 경험이 소개되었는데, 격한 반응이 진짜 재밌었다.

 

<어서와 한 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핀란드 친구들은 속초로 여행을 떠난 도중 터미널 매점에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페트리가 “핀란드가 생각나는 음료가 있다.”라며 한 음료를 권했다. 그 음료의 정체는 바로 ‘솔의 눈’. 이거 마셔본 사람은 알겠지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료다. 나 같은 경우 컨디션에 따라서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평소에 먹으면 ‘으엑, 이걸 무슨 맛으로 먹지?’ 하다가도 좀 피곤하거나 정신이 맑아지고 싶을 때 마시면 ‘그래 이게 바로 상쾌함이지!’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풀 맛 같은 치약 맛이랄까?

 

 

그런데 핀란드 친구들의 반응이 극찬 일색이었다. 고향의 맛이 난다는 것. 정확하게는 사우나에서 나오는 수증기 냄새가 난다고 한다. 핀란드는 사우나가 유명한데 사실 사우나라는 말도 핀란드에서 온 것이다. 뜨겁게 달군 돌 위에 물을 부어 그 증기로 방을 데우고, 자작나무의 연한 가지로 몸을 두드리면서 땀을 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아마도 솔의 눈에서 느껴지는 풀 맛이 숲속에 있는 사우나의 향취를 불러왔고, 그 덕에 핀란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고향에 있었을 때는 ‘핀란드의 맛’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외에 있기 때문에 비슷함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우리도 해외 나갔다가 처음 먹는 음식을 맛보며 ‘이거 고추장 맛이 나’라든가 ‘된장찌개 같은데?’라는 소리를 하지만, 돌아와서 먹어 보면 절대 그 맛이 나지 않은 경험을 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완벽히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환경과 경험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 보정하기 때문이다. 음료 한 잔의 맛에서 이렇게 인생을 배워본다.

 

참고 : 핀란드인이 인정하는 음료 ㅋㅋㅋ.jpg, 뽐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