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뭐,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 더 키가 컸으면, 몸매가 좋았으면, 잘생겼으면… 이런 생각을 살면서 수천 번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마음 쓰이는 외모 고민이 있었다. 바로 자식의 외모 고민이다. 한 커뮤니티에 딸아이가 못생겨서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내 외모가 못난 거야 어찌 수긍하고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식이 못생겨서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외모는 분명 강력한 무기다. 외모가 좋으면 호감을 끌어내기 쉽고 상대를 설득하기도 쉽다.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가 발달할수록 외모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호감은 본능적인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여든 노인까지, 인간이라면 외모가 출중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외모에 휘둘리지 말라며 외모의 위력까지 부정해버리면, 그저 정신 승리에 빠질 뿐이다.

하지만 외모가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매력을 이루는 요소에는 목소리도 있고, 매너도 있다. 지적인 사람을 두고 뇌가 섹시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이 잘 되는 사람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없다. 사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외모가 매력의 거의 전부다. 그러나 조금만 같이 지내면 알게 된다. 아무리 잘생겨도 말이 안 통하면 말짱 꽝이다. 반대로 외모가 별로여도 소통능력이 높으면 인기짱이 되기도 한다. 괜히 코미디언이 잘생기고 예쁜 배우자를 얻는 게 아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키 작고 평범한 남자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알게 된다 ㅋㅋㅋ)

그러니 못생겼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외모는 타고나지만, 다른 매력 요소는 얼마든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노력하면 누구나 매력 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외모 고민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외모를 고민할 게 아니라 인기를 고민해야 한다. ‘예쁘고 잘생겼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고민해야 맞다. (단,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심해서 관종이 되어버리면 안 된다. 이러면 도리어 인기를 잃는다)

물론 외모가 잘나면 인기를 얻기 쉽지만, 때로는 잘난 외모가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예쁘고 잘생긴 거 알아서 얼굴값 하는 애들은 인기가 없다. 잘생겼다고 나쁜 남자처럼 행동한다거나, 예쁜 척하며 공주 대접 받으려고 하면, 까놓고 말해 재수가 없다. 반면에 외모가 별로여도 밝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외모가 잘난 것보다 더 많은 호감을 얻고, 더 많은 인기를 얻는다. 막말로 원빈하고 싸이하고 학생회장 선거를 하면 누가 이길까? 나는 백퍼 싸이가 이길 거라고 본다. 댓글에서도 이런 점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5살 딸이 못생긴 게 문제가 아니라, 공주공주하고 새침데기처럼 구는 게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외모가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기와 매력의 방정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외모는 그 식을 이루는 하나의 항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못생겼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고, 잘생겼다고 으스댈 것도 없다. 결정적으로 타고난 외모는 바꿀 수 없다. (그래도 몸매나 혈색 등 일부는 바꿀 수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그러니 누가 못생겼다고 꼽주면 ‘괜찮아. 그래도 난 너처럼 무례하진 않거든.’이라고 맞받아치자.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다. 외모 고민이 문제인 또 다른 이유는 자존감을 깎아 먹는다는 점이다. 외모가 못나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니 못생긴 외모가 더 신경 쓰이고, 다시 그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최고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외모 때문에 걱정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덧. 외모를 바꾸는 성형이라는 수단도 있다. 성형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면 이 또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형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부작용 같은 걸 고려하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다. 성형이 아니어도 인기를 얻는 방법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참고 : 다섯살딸이 못생겨서 걱정이에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