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맹목적으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나라다.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고민보다 일단 우선은 좋은 학교, 좋은 학과를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막상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런 맹목적성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면 최소 4년, 대학원 생활까지 한다면 약 10년 가까운 시간을 전공 공부에 쓰게 된다. 전공은 먹고사니즘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 선택하면 평생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대부분은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실 무엇을 공부하냐 보다는 대학 졸업장 자체에 과도하게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과거에는 분명 대학 졸업장만으로도 어느정도 먹고사니즘이 해결되던 때도 있었다. 부모 세대의 그런 경험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많은 대학졸업자가 세상에 나오고 있다. 이미 졸업한 사람도 많고, 졸업할 사람도 많다.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공급은 늘고 있으니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는 더 어려워졌다.
오히려 대학을 가지 않고 혹은 전공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위 덕력을 극대화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크리에이터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전공을 선택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준비도 없이 쉽게 선택하는 것은 문제다. 쉽게 선택한 전공 때문에 몇 년간 배운 것들을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는다.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전공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전공을 잘 선택하기만 했더라도 비전공자와 비교해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비전공자와 전공자 모두 비슷한 관심도를 갖고 있다면 전공자의 깊이가 훨씬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전공을 아무렇게나 선택한 바람에 비전공자보다 전공자가 아는 게 없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엉뚱한 곳에 도착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가고자 하는 길을 탐색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화는 유한하고 어떤 것을 전공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관찰하고 분석하고 선택해야 한다. 단지 대학 졸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대학과 무관하게 그것이 내 ‘전공’이다. 그렇게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나의 ‘전공’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 살면서 항상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청춘시대’,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