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에서 기모노 대신 한복 입은 연예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집단만의 규칙이 있는 집단에 들어가면, 평소 자기가 하던 대로 하지 말고 그곳의 규칙을 따르라는 의미다. 대게 새로운 직장이나, 재로운 장소에 적응하려고 할때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딜가나 ‘예외 상황’이란 있기 마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SLR 클럽에 올라온 게시물인데 바로 배우이자 가수인 이정현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2005년’ 일본 최고 예능프로그램에 나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홍백가합전’은 일본 NHK방송의 연말 가요이벤트다. 30년 이상 된 자국내에서 꽤 권위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NHK에서는 이정현에게 최고급 기모노를 제공해줄테니, 그것을 입고 출연해달라고 제의했었다고 한다. 새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당당히 한복을 입고 출연했다. 당시 공연에는 이정현 뿐 아니라 가수 보아와 류(Ryu), 배우 이병헌 등도 출연했다. 그의 한복 차림은 논란 대신 일본 연예인들과 취재진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그의 태도가 논란 대신 현지에서 박수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당시 일본 내 불었던 한류열풍 덕분이었다. 이정현은 당시 무대에서 일본어로 ‘와’를 불렀는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손가락 마이크와 부채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2005년 일본 열도를 달궜던 이정현은 10년 후인 2015년 청룡영화상에서 다양성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다(20년 전엔 ‘꽃잎’으로 이 영화제의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 주연이었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역시 다양성 영화를 밀어줘야겠다는 그의 의지로 노개런티로 출연한 것이었다.

 

가수면 가수, 연기면 연기 시도하는 것마다 대중의 박수를 받은 이정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예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매 작품마다 1%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꾸준한 ‘의식적 노력’ 덕분이 아닐까. 올해는 <집밥 레스토랑>이란 책을 발간해 요리하는 아티스트로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그다. 진정한 팔방미인인 그가,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연예인이 되길 바라본다.

 

참고
1) <기모노 입으라고 한 일본방송에서 한복 입고 나간 이정현>, SLR클럽 등
2) Ent 연예채널 2005년 1월3일 방송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