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란 단어가 세상에 본격 등장하게 된건, 2014년 당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저지른 ‘땅콩회항 사건’ 부터였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어떤 조직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경우에도 ‘갑질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에게서 잊혀지지 않는 ‘땅콩회항 사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회자되고 있는 ‘갑질’이 있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사연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A는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회사 오너(회장)인 B가 맞은 편에서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자, 얼른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고 했다. A의 식판에 있던 잔반을 확인한 B회장은 A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왜 반찬을 남기냐며,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
이것도 모자라 B회장은 A의 상사까지 불러내 질타를 한 후, A를 다른 공장으로 보내라고 명령했다. A는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에 바로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중요한 건 회사 오너에게 어이없이 당한 사례가 A 본인에 한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A의 사연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분노의 댓글로 A를 위로했다. 일부에서는 ‘주작(없는 사실을 만듦)’ 이라는 의견도 제시하자 글쓴이는 자신과 같은 부당한 경험을 겪었던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를 올려놓았다.
긴 내용의 사연을 보면서 화도 나고 안타까웠다. 갑질을 한 오너 B는 기성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재벌도 아니었고,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의 대표다. 이 업체에 대한 갑질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조심해야할 회사’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심해야할 회사’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갑질’ 이슈가 그저 기성언론에서 냄비처럼 다뤄졌다가 대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씹고 넘길 일이 아닌 이유다.
덧, 이번 글에서 B회장만큼이나 욕을 먹었던 사람은 바로 A가 질타를 당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 상황에 기름을 부었던 신입사원 아줌마라고 불린 C다. C는 A가 보란 듯, 빈 식판을 B회장에게 보여주며 ‘밥 다먹었다’고 그의 인정을 구했다.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으면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욕은 먹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 글에 언급되지도 않았고. 네티즌들의 손가락질도 받지 않았지만 A와 B, 그리고 C와 함께 있었던 불특정 다수의 침묵했던 사람들이다. A의 적극적인 호소 이전엔 누구도 B회장의 부당함을 쉬이 알리려고 하지 못했던(혹은 않았던)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입으로 비판하기 전에, 잘못된 상황에 그저 ‘나만 아니면 됐지’ 라며 침묵하고 있지 않았는가. 진정한 용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려운 일이다. B회장의 갑질을 세상에 알린 A의 호소에 그저 한명의 소시민으로서 감사드린다.
참고 <밥먹다가 퇴사하게 된 남자입니다>,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