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호의가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호의가 지속되면 사람들이 권리로 착각하고 더 나아가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는 독이지만, 적절한 스트레스는 성장의 원동력이다.
한 커뮤니티에 “육사 수석 합격자의 포스”라는 글이 올라왔다.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우선 여성이어서 놀랐고(역시 편견은 언제나 우리를 지배한다) 그다음에는 이제 중령이 된 그분의 주장에 한 번 더 놀랐다.
캡처가 두 장밖에 없어서 맥락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렵지 않게 여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호의도 아니고, 남성과 여성의 갈등만 조장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강유미 중령님에게서 진정한 리더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만약에 이런 주장을 남성이 했더라면 여성들로부터 훨씬 큰 반감을 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과 동일한 여성이 이렇게 주장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더 설득력 있게 들렸을 것이다. 호의를 부탁하는 상황은 내가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무조건 호의를 수락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연히 남녀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더 적합한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평등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용할 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맥락이라는 것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군대뿐만 아니라 세상만사에 남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발생한다. 여기서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다. 최대한 대화와 토론을 이어가며 어떻게 해야 조직이 최선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떤 입장도 호의를 당연하게 요구할 수 없고, 또 다른 입장도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반드시 적용해야 할 배려를 거부할 수 없다.
육사 수석 합격자 강유미 중령님의 짧은 주장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당연하게 호의를 권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혹은 누구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호의라고 생각해서 베풀면 안 된다고 착각하지는 않았을까? 우리 모두 이렇게 쟁점 사항이 첨예한 부분에서는 최대한 상대방의 처지와 상황의 맥락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절대적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면 모두가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참고 : 육사 수석 합격자, 에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