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건강이 기업의 생산성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2년 기준으로 2092시간이다. OECD국가 중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번째로 길며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1317시간), 네덜란드(1334시간)에 비해서는 무려 700시간이나 더 일을 한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독일과 네덜란드의 직장인들보다 매일 3시간 이상 더 일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속연수는 2012년 기준 OECD 국가에서 압도적으로 꼴찌이다. 우리나라의 근속연수는 5.3년인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국가들은 모두 근속연수가 8.6년이 넘으며 대부분 10년 이상이다.

 

 

 

노동시간은 길고 근속연수는 짧은 상황에서 우리 직장인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직장인들의 건강이 심하게 공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은 소화기 장애, 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등의 만성질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은 자사 직원에 대한 건강 증진 노력이 매우 빈약하다. 2010년에서 발표된 설문에 의하면 한국 직장인의 30%만이 회사가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써준다라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15개국 중에 14위에 해당한다. 건강은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기업들이 생산성을 좋아하니 직장인의 건강과 생산성의 관계를 알아보자.

 

2011년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선정된 SAS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직원들에 대한 의료비용 절감과 퇴직률 감소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사내 병원과 헬스케어센터 등의 운영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오히려 직원 의료비용이 1.41달러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연 6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절감이다. 자발 퇴직률도 4%에 불과해 IT 업계 평균 30%, 미국 기업 평균 17%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존슨앤존슨도 1995년 이후로 직원의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직원 건강관리 비용으로 1달러를 사용할 때마다 2.71달러의 의료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으며 결근율도 78%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렇듯 직원들의 신체적 건강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웰니스 프로그램(Wellness Program)이라고 한다. 포춘(500) 기업의 80% 이상이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건강이 곧 생산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웰니스 프로그램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성세대들은 개인의 이익이나 자산의 건강보다는 조직의 목표 달성이나 성과를 우선시 하여 개인의 건강을 다소 해치더라도 조직을 위한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도 불평 없이 일해 왔다. 하지만 신세대들의 경우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개인의 건강을 헤쳐가면서 조직에 충성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신세대들은 성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조직을 위해 헌신을 요구하는 회사에 대해 큰 매력도를 느끼지 못하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탁월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면 조직의 생산성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도 고양돼 마케팅이나 인재 영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웰니스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될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워크숍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에 대한 직원들의 신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펩시(Pepsi)의 경우 ‘Fit for Life’라는 워크숍을 실시하면서 스트레스, 수면, 영양, 운동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고 한다.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켈로그(Kellogg)의 경우 2008년 구성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자전가 타기 캠페인을 실시 했는데 그 결과 직원들의 약 13%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건강 증진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웰빙 식단 및 간식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회사에는 건강을 챙기라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단은 고지방, 고칼로리의 건강을 헤칠 수 있는 것으로 이루어졌다면 캠페인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글의 경우는 사내 식당 메뉴를 건강에 유익한 정도에 따라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분류해 직원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금연과 비만 펀드를 운영하고 있고 포스코는 금연책임관리제와 술잔 안돌리기 운동 그리고 몇몇 금융권에서는 금연 및 다이어트 캠페인과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도 직원들의 건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회사와 국가의 미래를 염두해 뒀을 때 지금부터라도 직장 구성원들에 꼭 알맞는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절심함을 인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