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

2009년 2월 3일에 참으로 흥미로운 3개의 경제 기사 헤드라인이 떴다. 3개의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헤드라인만 훑어본 독자라면 현재 한국경제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여겨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두번째 헤드라인은 당분간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나 곧 빠르게 회복할 거라는 관점을 갖게 한다. 세번째 헤드라인은 ‘아! 우리나라 망했구나’ 하면서 급기야 비관론에 빠질 수 있게 만든다.

 

어찌 된 영문인가. 아무리 경제전망이라도 같은 날에 쓰인 기사의 헤드라인이 이 정도로 다르기는 쉽지 않다. 우연의 일치로 첫번째 신문은 한국경제에 가장 낙관적인 관점을 가진 경제전문가를, 두번째 신문은 신중한 관점을 가진 경제전문가를, 그리고 세번째는 루비니처럼 대표적인 비관론자의 전망을 인터뷰했다는 말인가. 그러나 헤드라인 기사의 본문을 보면 3개의 기사가 다음과 같은 단 하나의 팩트를 기초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솔직히 이번 장에서 언론의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글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 경제기사의 효용성이 상당히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전에야 우리가 경제기사를 볼 수 있었던 채널 자체가 몇 개의 언론과 미디어에 한정되었지만 지금은 경제관련 미디어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헤럴드경제신문 등 1966년 이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4대 경제지가 여전히 건재한데다가, 경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다 보니 여타 종합일간지도 경제 섹션에 엄청난 힘을 싣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터넷 경제전문 뉴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경제신문들이 앞다투어 MBN, WOW, 이데일리TV, MTN, SEN 등 케이블방송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현재는 모바일시대 아닌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생생한 뉴스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실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경제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정보의 홍수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경제에 대한 지식을 높이기 위해서 뉴스를 보는 것인데, 워낙 많은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 그중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추려내기 위해 경제에 대한 지식을 미리 높여놓아야 하는 아이러니까지 발생하게 된다.

 

아무튼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 관련 미디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생존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런데 이 경제 미디어들이 경쟁을 통해 더 질 좋은 뉴스를 양산하는, 즉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기보다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들 이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광고를 수주하여 얻는 이익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관련 미디어의 경우에는 광고의존도가 더욱 심해 전체 수익의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그 대부분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주한 것이라 하니, 대기업이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중견기자들이 퇴사 이후에 기업 홍보팀에 스카우트되는 것도 우리 나라 언론의 생존구조가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은 자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쓴 기자를 주로 스카우트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언론계에 오간다고 하니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처럼 들린다. 기자로 있을 때 비판해 온 재벌 오너를 얼마 되지 않아 주군으로 모시다니.

 

물론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서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계심을 우리 모두 안다. 그리고 그러한 언론인의 정신이 과거에는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귀감으로 삼아야 할 특수한 사례가 되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가 언론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인 Intelligence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변해 준다.

 

현직 베테랑 기자인 김진철씨의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에는 우리나라 언론계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저자의 용기 있는 자성의 목소리는 우리나라 언론에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씁쓸한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언론 부패다.

 

우리나라 언론 부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1978년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으로 한국도시개발 사장이 구속된 일일 것이다.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시개발이 압구정동에 사원용으로 지은 아파트를 정부 고위관료, 국회의원, 기자들에게 특혜분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952세대 중 600여세대가 고위공직자 190명, 언론인 37명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분양되었는데, 우리나라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연루되어 있었다. 물론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언론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촌지 등 부패상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선물, 골프접대, 해외여행 등 넓은 의미의 부패는 여전하다고 한다.

 

나는 언론의 경제정보들을 ‘독이 든 성배’라고 자주 말하곤 한다. 언론은 경제를 읽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성배이지만 그 잔에는 독이 들어 있다. 그리고 독을 제거하고 성배만을 차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록 첫번째 졸저인 『지금 당장 경제기사 공부하라』를 펴내기도 했지만 고백하건대 일반인이 독이 든 성배를 정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적 지식을 높이는 것보다는 바른 언론인과 언론사가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게 뉴스 소비자들이, 그리고 정부가 힘써주는 것이 우리가 언론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