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들어간 지 1년 만에 때려치운 아들

먹고사니즘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삶에 사무친 가장 어려운 철학이다. 부모님 세대(지금의 60~70대)만 해도 사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당연히 그들은 본인의 자식들이 더 잘 먹고 잘살기를 원했고 그래서 입시 경쟁이 생긴 것이다. “좋은 대학 = 대기업 취업”이라는 공식이 한동안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자동화 및 플랫폼화가 활발해졌고, 수출 기업 중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도태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취업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학창 시절 입시에 대한 노력만 보면 요즘 20대는 사실 더 많이 했으면 했지 적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준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어떤 부자의 대화 캡처되어 이슈가 되었다. 아들이 잘 다니던 대기업을 1년 정도만 다니고 그만둔 것이다. 아버지는 오죽했으면 자식이 관뒀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좋은 직장을 관둔 것 같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아버지는 자신이 젊었을 적에는 그냥 그런 직장이면 감사히 다녔는데 아들은 왜 다니지 못하는지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으로 어느 나라보다 빨리 경제성장을 이뤘고 그래서 세대 간에 세상에 바라보는 시각 차이도 당연히 크다.

 

 

 

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 더 인간다운 삶을 원했고, 다니던 대기업에서 그런 기대를 충족할 수 없었다. 우선 법으로 정해진 휴가도 다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아들을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옹호해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많은 것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문화적인 부분 그리고 의식적인 부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지금도 못 하고 있다.

나는 젊은 친구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그 유명한 ‘중소기업 사장’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개인적 착각일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만족하고 다니는 것 같다. 일단 휴가도 22일(내년부터 23일)이고 휴가를 쓰는 것은 따로 결제 없이 업무 조율만 잘 끝내면 통보만 하면 된다. 앞에서 나온 아들의 회사와는 대조적이다. 우리 회사 연봉은 대기업만큼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구글 뺨치는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적은 연봉임에도 불구하고 구인도 크게 문제가 없고, 오히려 한 명 뽑을 때 너무 많이 지원해서 구인을 못 할 정도이다. 그리고 우리 직원에게 만약 동종업계 대기업에서 연봉 8,000만 원에 이직을 제안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니, 그냥 안 간다고 했다. 그러면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사장이 그렇게 물어보면 간다고 하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냐?”라고 핀잔을 주겠지만, 참고로 본인 연봉이 40% 삭감되었는데 우리 회사로 이직한 경우도 있고, 대기업에서 우리 회사로 온 경우도 있다.

 

내가 한 번 정말 놀랐던 적은 우리 회사 직원들의 최종학력을 알고 나서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다 보니 뽑혀도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좋은 대학(정확히 50%가 넘게 스카이 및 해외 명문대)을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요즘 친구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인간다운 조직 문화를 원한다. 이것은 젊은 친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리더의 문제이다. 조금만 조직문화에 관해서 공부하고 개선하면 다 같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데, 여전히 쌍팔년도 사고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곳이 너무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세상이 바뀌면 문화와 의식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슈퍼컴퓨터에서 도스(DOS)를 운영체제로 쓰는 꼴이다. 지금도 나쁜 조직문화와 취업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힘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또 좋은 조직문화를 열심히 전파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글을 마친다.

 

참고 : 대기업 들어간지 1년만에 때려친 아들.jpg, 클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