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은 발휘하는 게 아니라 OO하는 것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흥미롭지만 매우 씁쓸한 연구가 실렸다.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연구팀이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가석방 전담 판사 8명을 관찰했다. 판사들은 매일 가석방 신청을 심사했는데, 한 건당 평균 6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35%만이 가석방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판사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드는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를 분석했다.

 

그런데 판사들의 결정에서 이상한 패턴이 포착되었다. 판사들이 식사를 한 후에는 가석방 승인 비율이 65%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다음 식사를 하기 직전 약 2시간 동안에는 승인 비율이 점차 하락해서 점심 시간 직전에는 거의 0%로 뚝 떨어졌다.

 

만약 누군가가 판사가 점심을 먹기 바로 전에 가석방 심리를 받게 된다면 가석방 승인을 받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일까?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교의 마크 무레이븐(Mark Muraven)은 ‘의지력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라는 주제로 쿠키와 무를 두 그룹에게 나누어 주고 실험을 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쿠키만 먹고 무를 무시하라고 했고,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무만 먹고 쿠키를 무시하라고 했다. 실험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은 한끼를 굶은 상태였고, 이번 실험은 미각인식테스트를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학생들은 지시한 대로 자기에게 할당된 음식을 먹었지만 그 양상은 매우 달랐다. 무를 무시하고 쿠키를 먹는 A그룹의 학생들은 얼굴에 행복감이 뚜렷했다. 하지만 한끼를 굶은데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따끈따끈한 쿠키를 무시하고 맛없는 무를 먹는 B그룹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비참함이 묻어 나왔다. 쿠키를 완전히 무시하지 못해서 들었다가 놓거나 냄새를 맡은 이들도 있었다.

 

시식을 마치고 5분 후, 무레이븐은 학생들에게 이제 다음 실험을 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런데 그때까지 먹은 음식의 미각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 1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15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수수께끼를 풀어보라고 했다. 수수께끼는 매우 간단했다. 연필을 종이에서 떼지 않은 채 똑같은 선을 두 번 왕복하지 말고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는 것이다.

 

무레이븐은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 벨을 울리라고 말하고는 수수께끼를 푸는데 시간이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는 풀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므로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려면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했다.

 

실험결과,쿠키를 먹은 A그룹의 학생들과 무를 먹은 B그룹의 학생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쿠키를 먹고 무를 무시한 A그룹은 평균 19분을 문제를 풀려고 매달렸고 대체로 여유로웠다. 하지만 무를 먹고 쿠키를 무시한 B그룹은 평균적으로 8분을 버티지못했다.이는 쿠키를 먹은 A그룹에 비하면 60%나 짧은 시간이었다. 심지어 무만 먹은 B 그룹에서는 이 실험에 큰 불쾌감을 표하며 신경질을 부리는 학생들까지 있었다.

 

이 실험을 기점으로 이후 많은 연구들은 의지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가 근육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힘이 빠져 쉬어야 하는 것처럼, 의지력도 유한한 자원이며 소모되면 다시 충전할 때까지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의지력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의지력은 소모될 수 있으며 유한한 자원이므로 적절히 관리 해야한다.예를 들어오늘 오후에 매우 중요한 회의나 발표가 있다고 하자. 보통 이런 매우 중요한 일에는 상당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전내내 의지력이 매우 필요한 업무를 했다면 오후에어떻게 될 것인가? 훌륭한 결과를 낼 확률은 당신이 의지력을 소모한 만큼 떨어질 것이며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는 충분한 의지력을 남겨 놓아야 한다.

 

괴테는 이런 격언을 남겼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사소한 것들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가석방 판결은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이며 담당 판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알이다. 그런데 이들의 판결 패턴을 보면 피곤함과 배고픔으로 인한 의지력 소모가 그들의 전문성을 훼손했다. 가석방 판결은 한건 한건이 중요하므로 판사 한 명이 하루에 판결할 건수를 줄여 주어야 하며, 판사는 판결 사이에 적절한 휴식을 취해 고갈된 의지력을 충전해야 한다.

 

의지력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엄청난 근육을 자랑했던 권투선수 마이클 타이슨도 중요한 시합 전에 오래 달리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근육의 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 당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의지력을 세심하게 관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