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이다. 그중에서 상위 레벨은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일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비틀어지면 생각보다 회복이 어렵고 더 고통스럽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하라는 말은 정말 진리이다.
사실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친구들과 맺는다. 그리고 친구는 학교나 직장에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간이나 전공 같은 주제에 엮여서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주제로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관계이지만, 금방 가까워지고 가족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하나둘씩 생긴다.
그렇게 친구가 생기면 불화의 씨앗도 잠재적으로 싹트게 된다. 인간은 인정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SNS라는 플랫폼이 이렇게 단기간에 세상에 퍼진 것은 우리의 욕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을 올리면 친구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내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눌러 줄 수 있다. 그렇게 인정받으면 도파민이 나오고 우리는 즐거워진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특정 시점이 되면 어떤 친구는 왜 다른 친구가 자신에게 소홀하게 대하는지 불만을 품는다. 나는 이런 관계를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 친구 관계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런 관계는 정해진 유통기한 안에 어떤 표현을 반드시 상대방에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음식이 상하는 것처럼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 친구의 마음도 상한다. 친구 사이에도 이런 경우가 많고 연인 사이에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좋은 친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친구는 아주 긴 유통기한을 가진 친구이고 궁극적으로 유통기한이 없는 친구가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보통 가치관이 공유된 관계는 그 사람의 내면과 본질을 잘 알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매우 길거나 사실상 없는 경우가 많다. 자주 연락 못 했지만 늘 서로에 대해 걱정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낯설지 않고 반갑다.
이 글은 사실 반성의 글이면서 동시에 변명의 글이다. 내가 친구한테 연락을 자주 못 해서 미안한 것도 있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짧은 유통기한을 요구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되돌아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언제나 정리가 된다. 쓰기 전에는 몰랐지만, 쓰면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관계의 유통기한이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정확한 기한 파악이다. 만약에 그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면 기한을 지키는 것이 맞고, 기한을 넘겼다면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