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공부도 잘 하는 최고의 전략

 

미국 오하이오 주의 허드슨 고등학교는 7시 30분이었던 등교시간을 8시로 30분 늦췄다. 오전에 좀 더 잘 수 있는 시간을 학생들에게 준 것이다. 고등학교 때 아침에 30분을 더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꿀’같은 지는 우리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등교시간을 늦춘 것은 단순히 꿀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허드슨 고등학교는 2012년 등교시간을 늦춘 이후에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도가 상승되어 오하이오 주에서 2등까지 수직 상승하게 되었다. 충분한 수면이 학업 성취도를 향상 시킨 것이다.

 

그런데 등교 시간을 늦춰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올린 경우는 허드슨 고등학교에만 국한되지 않다.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8개 고등학교 학생 9천 명을 대상으로 등교를 8시 30분으로 늦추자 평균 성적이 100점 만점에 6점이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왔으며 공군사관학교 1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혹자는 그럼 좀 더 일찍 자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청소년의 뇌 속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청소년들은 급격한 신체 변화가 오는데 특히 뇌 속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늦게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은 15세부터 시작하여 20세에 정점을 찍고 다시 서서히 내려온다. 정점을 찍을 때는 성인보다 1.5~2시간 정도 늦게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이때가 약 밤 10시 정도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밤 11시는 되어야지만 잠이 본격적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정 시기의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일찍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가장 몸의 생리와 맞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치료사 스테이시 시메라는 이렇게 말한다. “청소년은 어린아이나 성인보다 한 시간 반 정도 멜라토닌이 늦게 분비하며 이것이 10대들이 밤 11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드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등교가 아침 7시에 시작되면 새벽 5~6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는 학생은 65세 어른이 매일 강제적으로 새벽 1시 반에 일어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수면 부족은 아이큐도 떨어뜨린다. 한 연구에서 한 그룹은 정상적으로 잠을 자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밤을 꼬박 새게 했다. 그리고 아침에 이 두 집단에게 아이큐 테스트를 했더니 하루를 꼬박 세울 때는 그렇지 않는 것보다 아이큐 점수가 13~14점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아이큐는 보통 최우수(130이상), 우수(120~129), 평균상(110~119), 평균(90~109), 평균하(80~89), 경계선(70~79), 정신지체(69)로 나뉘는데 13~14점이면 평균을 우수로 올리거나 경계선까지 내려갈 수 있는 상당한 수치이다. 밤잠 자지 않고 아침에 학습을 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밤을 자지 못한 사람과 정상적으로 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수학문제를 풀라고 했더니 잠을 자지 못한 사람들은 잠을 잔 사람들보다 2배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면이 부족한 직장인은 동기부여가 적게 되고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르며 일에 집중을 못한다라는 사실을 여러 논문이 밝혀왔다. 한마디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책을 읽은 독자들 중 대부분 잠을 잘 자지 않고 소위 ‘벼락치기’로 시험 공부를 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했던 내용들은 시험을 치고 시간이 지나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그 이유가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기억과 관련하여 CREB 활성제와 CREB 억제제라는 기억과 관련된 두 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CREB 활성제는 신경세포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촉진하는 유전자고 CREB 억제제는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유전자이다. 실제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과실파리에게 특정행동을 유발하려면 보통 10회 정도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CREB 억제제를 투입하면 10회 훈련을 하더라도 특정행동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반대로 CREB 활성제를 투입하면 단 한 번의 훈련으로도 특정행동을 기억한다고 한다. 쥐를 통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CREB 활성제의 경우 하루에 정해진 양이 있다. 만약 벼락치기를 하면 CREB 활성제가 빠르게 소진되는데 문제는 CREB 활성제가 재생되려면 휴식, 특히 잠을 푹 자야만 한다. 만약 잠을 줄여가면서 벼락치기 공부를 할 경우 당장 다음날 시험 볼 때 단기기억의 힘으로 나쁘지 않는 성적을 거둘 수 있겠지만 장기기억으로는 거의 가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가 될 수가 없다. CREB 활성제의 재생을 위해서라도 양질의 수면은 꼭 필요하다.

 

또한 잠을 잘 때 뇌도 재충전하고 휴식을 취하지만 그 휴식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새로운 기억을 기존 기억과 통합하고 통합된 기억을 다시 분석한다. 당신이 오늘 공부한 내용이 기존의 기억 속에 있는 장기기억들과 멋지게 춤을 출 수 있게 하려면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하버드대학교 스틱골드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양질의 수면은 기억력을 15퍼센트 이상 개선시켜준다고 한다.

 

이렇게 수면은 공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청소년과 성인들 모두 잠이 부족하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평균 8시간 19분, 중학생은 7시간 35분, 고등학생은 6시간 27분을 자고 있는데 이 모두 미국수면재단(NSF)이 권장한 수면 시간에 미달이다. 미국수면재단은 초등학생 9~12시간, 중고생 8~10시간 정도는 자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아시아태평양지역 15개국의 성인들의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수면시간은 6.3시간으로 15개국 중에 꼴찌를 기록했다. 미국수면재단의 성인 권장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습자 모두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 초중고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할 것이고 직장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이 수면 부족에 한 몫을 할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도 일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잠을 충분히 자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자. 잠을 제대로 자는 것도 중요한 공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