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삶을 바꾸는 핵심!

 

2010년 KBS에서 신년기획으로 ‘습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다큐멘터리 중 매우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습관에 대해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제보를 받아 이들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그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당시 20세 대학생이었던 ‘김△리’ 씨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다. 김씨의 잘못된 습관은 정리 정돈을 하지 않는 것이다. 깔끔한 외모와 20세 여대생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녀의 방은 너무 지저분했다. 스타킹, 잠옷 등 일주일 동안 입었던 옷들 이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었고, 책상은 폭탄을 맞은 듯 책들이 중구난방으로 쓰러져 있어 공부하고 책 읽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쁜 습관을 프로그램에참가한 어떤 사람 보다도 완벽하게 고쳤다. 그 결과 방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해졌고 그녀는 더욱 예뻐 보였다.

 

그런데 김씨가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던 이유는 단순히 잘못된 습관을 고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계획을 세우면 모두 실패하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목표를 세우면 행동에 변화를 주어 이룰 수 있겠다’, ‘스스로 많이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그녀는 단순히 정리정돈이라는 좋은 습관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것을 얻은 것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습관은 매우 고치기 힘들다. 그러나 하나를 제대로 고치면 행동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어 다른 행동변화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정리정돈’처럼 특히 다른 행동변화에 파급효과가 매우 강력한 것들이 있다. 단 하나의 습관을 바꾸었을 뿐인데,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다른 나쁜습관을 없애거나 큰 어려움 없이 좋은 습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흡사 볼링에서 ‘킹핀’과 같다. 볼링공이 킹핀인 1번 핀을 치고 들어가면 핀 10개가 단번에 쓰러지듯이 말이다. 이렇게 행동변화에 자신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다른 행동변화까지 이어주는 습관을 ‘핵심 습관’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기자인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세계적인 베스 트셀러 『습관의 힘』에서 핵심 습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핵심 습관을 바꾸면 그밖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핵심 습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인생철학도 다르며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몇 가지 핵심 습관이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단연 선두에 있는 핵심 습관은 ‘운동’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이 습관이 되면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식습관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담배도 덜 피우고 동료들과 가족에 대한 인내심도 깊어지며 신용 카드 사용도 한층 절제하므로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운동에 못지않은 핵심 습관으로는 앞서 소개한 김△리 씨처럼 ‘정리정돈’을 하는 것이다. 정리정돈 습관은 생산성, 행복지수, 예산을 통제하는 절제력과 강한 상관관 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핵심 습관으로 꼽는 것 중에 상당히 의외인 것이 있다. 바로 ‘재테크’이다. 재테크 습관의 효과는 운동과 맞먹을 정도이다. 2006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메건 오튼(Megan Oaten)과 켄 쳉(Ken Cheng)은 29명에게 4개월 동안 재무관리 실험을 실시했다. 이 두 연구자 는 목표 저축액을 정하고, 참가자들에게 외식과 영화 등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일에는 욕망을 억제하라고 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구입목록을 빠짐없이 기록하라는 숙제까지 내주었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짜증스럽고 힘들어 했지만 점차 자제력을 발휘하며 구입한 물건이나 서비스의 목록 을 착실하게 기록했다.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참가자들의 재정상태는 당연히 좋아졌다. 그런데 재정상태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생활습관 전반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흡연량도 줄었고 술과 커피를 마시는 횟수도 감소했다. 정크푸드도 덜 먹었으며 직장과 학교에서도 생산성이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

 

나에게 핵심 습관은 일찍 일어나기였다. 아이가 생긴 후에 저녁시간을 가족과 주로 보내야 했기 때문에 갑자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들었다. 시간이 없다 보니 독서량도 줄고 자연스럽게 글쓰기도 힘들어졌다. 독서와 집필이 여의치 않다 보니 성취감이 떨어지고, 아이라는 큰 기쁨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성장이 더딘 것 같아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밤 시간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집에서는 사무실에 비해 변수가 많아 여러 가지로 개인시간을 가지기가 힘들었다.

 

결국 평소보다 더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용한 새벽의 독서와 글쓰기는 집중에 최고로 좋았으며 그러다 보니 독서습관이나 집필습관이 더 견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게다가 하루의 첫 시작이 뿌듯하니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 다른 업무나 커뮤니케이션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핵심 습관은 단순히 개인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에도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복행동이 있으며, 올바른 핵심 습관을 형성하게 되면 조직 곳곳에서도 생산성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핵심습관이 될 수 있다. 저녁을 함께하는 습관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숙제도 잘하 고 성적도 좋으며 감정조절도 잘하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한다. 특히 세계 를 주름잡고 있는 유대인들은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생산기업인 알코아(Alcoa)는 ‘노동자의 안전’이 핵심 습관이다. 안전수칙이 기업의 습관으로 자리잡자 산업재해로 드는 비용이 자연스럽게 절감되었고 품질 또한 향상되어 생산성이 높아졌다. 쇳물이 튀어 노동자가 다치면 쇳물 주입 시스템을 재설계해서 재해율을 낮추었다. 이렇게 하자 원료손실이 줄어들어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기계가 고장이 나면 즉시 교체했다. 그래서 고장 난 장비에 노동자의 팔이 걸려 다칠 위험이 줄어들었고, 나중에 밝혀지긴 했지만 장비불 량이 알루미늄 품질 저하의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품질도 향 상되었다. ‘안전’이 기업 전반을 성장시키는 핵심 습관이 된 것이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지금 당장 공략해야 할 대상은 바로 핵심 습관이다. 나 자신과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면밀히 살펴보자. 과연 어떤 행동이 핵심습관이 될 수 있을지를깊이 생각해 보고, 지금 당장 그 핵심 습관을 형성해 보자. 아마도 당신의 삶에서 긍정적 연쇄반응이 촉발될 것이다. 벌써부터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