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넛의 뉴헤이븐에 있는 한 초등학교 옆에는 기찻길이 있는데 기차가 큰 소음을 내며 이 초등학교 옆을 자주 지나간다. 그런데 학교 건물의 한쪽 면만 기찻길을 향하고 있어서 그쪽 면에 있는 교실은 소음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는 반면에 다른 교실은 소음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혹시 소음이 아이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2명의 연구자가 등장했다.
이들은 이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학습 수준을 검사했는데 심각한 차이가 나타났다. 6학년 학생들을 대상을 한 연구에서 소음 쪽에 있었던 학생들이 조용한 쪽 있었던 학생들보다 무려 1년이나 학습 수준이 뒤처진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 연구에 놀란 시 당국은 학교에 소음차단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두 학급의 실력 차는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 대부분은 이 정도까지 소음의 영향이 큰지는 잘 몰랐겠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소음이 아이들의 주의력을 흩으려 뜨려 공부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언젠가 ‘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이렇게 컸었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평소에는 안 들리던 시계 돌아가는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려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한 적도 있을 것이다. 시계 소리가 갑자기 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계 소리는 항상 나고 있었고 우리의 귀의 감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시계 소리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주의를 하지 않으면 자극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우리 뇌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의를 통해 선별적으로 자각하게 된다.
주의에 관련된 뇌 부위는 두 군데가 있고 각자 주요 업무가 다르다. 하나는 두정엽에 있는 ‘정향주의망’이다. 당신이 길을 가다가 들고 있던 돈을 떨어뜨렸고 그 돈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면 정향주의망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향주의망은 우리가 시각 탐색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는 떨어진 돈을 줍는 것과는 다른 주의력을 요한다. 공부를 할 때는 전두엽에 있는 ‘집행주의망’이 활성화 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을 때 당신의 집행주의망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주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전두엽은 뇌에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CEO 역할을 주로 하는데 이는 20대 중후반까지 성장한다. 다시 말해 어렸을 때는 전두엽 발달이 미비하여 제대로 된 주의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치원에서는 교사들이 10~15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주어 주의를 유지시키려고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주의가 산만하고 다그칠 필요 없다. 아직 아이들은 뇌발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주의는 이렇게 발달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개인차도 있다. 어떤 사람은 주의를 잘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주의를 유지하기 매우 어려워한다. 주의는 특히 ‘읽기’ 능력과 매우 큰 상관관계가 있으며 기억이라는 세계에 들어설 때 출입구 역할을 한다.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은 사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주의가 기억의 첫 단추이기도 하지만 주의 또한 기억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양분청취 실험이라는 게 있다. 이 실험은 각각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특수 제작된 이어폰을 끼고 실험자로 하여금 한쪽의 메시지만 따라 말하기를 하게 하는 실험이다. 그러면 대체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다른 쪽 메시지의 주요 내용이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어떠한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잘 듣는 경향이 있다. 이를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한다. 도대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시끌벅적한 칵테일 파티 속에 있다하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그 소리는 정확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양분청취 실험에서 만약 주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설사 자신의 이름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쪽 메시지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을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주의가 약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자각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 결과 작업기억(단기기억) 용량이 큰 학생들은 약 20퍼센트만이 자신의 이름을 자각했지만 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학생들은 동일한 실험에서 무려 65%가 이름을 자각했다. 이렇게 주의는 기억에 영향을 주지만 기억 또한 주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의를 잘하기 위해서는 작업기억 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후에 살펴보겠지만 작업기억 용량은 또 장기기억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주의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를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의력을 키워서 공부를 잘하게 된다기보다 공부를 계속하다보니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주의도 이렇게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혹 자신이 ‘멀티태스크(다중작업)’를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세간에는 남자들은 하나에 한가지 밖에 못하는 데 여자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모두 다 거짓말이다.
앞서 양분청취 실험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이름’같은 자신의 존재에 매우 중요한 정보가 아닌 이상 하나의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메시지를 거의 자각을 하지 못한다. 만약 두 메시지를 동시에 자각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메시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멀티태스크는 주의와 기억 모두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크를 행하는 동안 실험자들이 읽었던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볼 때 점수가 매우 낮게 나온다고 한다. 물론 학생들은 자신이 멀티태스크를 잘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말이다.
만약 아직도 자신이 멀티태스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메타인지’ 능력을 높여보자. 우리 뇌는 동시에 두 가지를 집중하지 못한다. 두 가지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면 같은 시간에 두 가지 일을 해서 더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이미 습관화된 일이나 너무나 쉬운 과제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주의’를 요구하지 않는 것들이다. 걸어가면서 음악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면서 동시에 음악 가사에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면 안 될까? 그렇지 않다. 나의 경우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쓸 때 항상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가사가 있는 음악은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사가 없는 좋은 음악을 들을 때는 작업할 때 주의에 방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제 수행 중 주의를 풀었을 때 들리는 감미로운 음악이 기분을 좋게 해줌으로써 때로 찾아오는 지루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 주의 자체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좋은 가사가 담긴 좋은 노래일수록 더 방해한다! 하루는 너무 듣고 싶은 노래와 너무 보고 싶은 책이 있어 멀티태스크를 실시해 봤지만 둘 다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잊지 말자. 우리는 한 가지만 집중할 수 있다. 멀티태스크는 두 배의 효율을 내는 것이 아니라 두 배의 비효율을 낳는다.
참고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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