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몇몇은 정말 말도 안 되게 힘든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운이 없게도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확률적으로 누군가는 이런 풍파에 휩쓸리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니체의 스웩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극도로 힘든 경험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1. 인생의 바닥
여기서 바닥은 긍정적 의미의 바닥이 아니다. 보통 바닥을 쳤다고 하면서 반전을 만드는 긍정적 상황을 이야기하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냉정한 현실을 말하고 싶다. 바닥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보다 더 나빠지겠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상 이상의 최악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 바닥을 쳤다면 더는 떨어질 곳이 없다.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다. 이렇게 극도로 힘든 경우를 겪으면 우리는 냉정한 현실 파악의 힘을 키운다. 그러면서 메타인지가 나도 모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2. 변화의 가능성
사람은 웬만해서 바뀌지 않는다. 진짜 안 바뀌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바꾸려면 정지된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어서 소생시킬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최악의 상황이 가진 긍정적 측면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질기다. 절대 쉽게 끝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정말 힘든 상황 속에 빠졌어도 버틸 수 있다면 다음 기회는 반드시 있다. 그리고 충격을 제대로 받았다면 누가 시키고 설득하지 않아도 이제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부터 깨닫게 된다.
3.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안티프레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안티프레질은 나심 탈렙이 만든 개념으로 프레질(충격에 취약한)의 반대 개념이다. 튼튼한, 단단한 그런 개념이 아니라 진짜 정반대의 충격에 강화가 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촛불은 바람에 꺼지지만, 모닥불은 바람에 더 활활 타오른다. 똑같은 충격이어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이렇게 내 인생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과연 내 삶은 촛불이 아니라 모닥불인지 생각하게 된다.
안티프레질은 상대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자동차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프레질한 행동이다. 사고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안전벨트를 착용했다고 충격에 강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충격에서 얻는 상대적인 보상은 무한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아서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을 평소에 더 진지하게 할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충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시스템 설계를 제대로 한다면 충격을 오히려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인간적으로 힘든 고통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피할 수 있는 고통도 많지만, 복잡계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음의 창발이 발생하여 절대 피하지 못하는 고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런 불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기면서도 무언가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남긴다. 태풍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태풍을 통해 우리가 얻는 자정작용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