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들을 필요가 없는 조언 3가지

 

우리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는다. 하지만 아무 약이나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내 병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병명을 진단받고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다. 그리고 약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약사에게 약을 구입한다. 조언은 사실 약과 많이 비슷하다. 조언은 나쁜 상황에 대한 일종의 처방이다. 약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조언을 듣고 실행에 옮기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 조언들은 상황을 악화시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절대 함부로 들어서는 안 된다.

 

1. 내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해주는 조언

 

일단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은 현재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어떤 문제도 절대 단순하지 않다. 문제마다 맥락이 있고 또 주변 상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주려면 상황 파악 부터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아닌 매우 국소적인 부분만 보고 조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가장 많이 요청받는 고민 상담 중 하나는 바로 진로에 관한 것이다. 진로에 관한 고민을 들으면 나는 먼저 상대방에게 부모님의 경제적 상태를 되묻는다. 부모님의 재정적 상태에 따라 선택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으면 조금 더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면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제는 언제나 복잡하기 때문에 내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해주는 조언은 도움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2. 덮어 놓고 다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

 

제일 나쁜 조언 중의 하나가 막연한 긍정을 기반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의 조언이다. 사실 이것은 조언이 아니라 위로이다. 하지만 계속 구체적인 제안은 없고 마음가짐 혹은 정신력 이런 부분만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은 조언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이다. 좋은 조언은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해주는 것이다. 특히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생각해서 계산하기 힘든 실패의 비용 같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실패 같은 얘기 하면 재수 없고 부정 탄다고 말하는 사람의 조언은 딱히 듣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

 

3. 근거가 전혀 없는 조언

 

조언은 일종의 주장이다. 좋은 주장은 탄탄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언을 듣는 사람은 절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 안 된다. 누군가 어떤 조언을 해주면 정중하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대학생 시절 이야기이다. 나는 이미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1년 공부를 하고 왔고 후배가 미국에 교환학생을 지원했다가 다 떨어진 상황이었다. 나는 그 후배에게 덴마크나 스웨덴으로 다시 지원하라고 했다. 교환학생을 간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영어권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부터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 우선 북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고 영어 수없이 많다.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 시절에 만난 스웨덴 및 덴마크 친구들은 미국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교양 있고 지적이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심지어 지원자 미달이었던 스웨덴, 덴마크에 있는 대학교의 세계 학교 순위가 경쟁이 치열했던 미국 대학교보다 더 높았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유럽에 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결국 후배는 덴마크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돌아온 후에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가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면 나에게 당연히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왜?”라고 물을 것이다.

 

대학원 진학 때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미국의 좋은 대학교에서 합격 통지를 많이 받았지만, 싱가폴국립대에서 좋은 제안이 왔다. 몇몇 교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무조건 미국으로 유학 가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그 조언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자신의 얄팍한 경험과 감정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싱가폴국립대를 방문해 교수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연구시설을 확인했다. 여기에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멘토분들에게 조언을 구한 후 미국이 아닌 싱가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렇게 근거 없는 조언을 물리쳐서 최고의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최상의 연구환경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고 지금도 자부한다.